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오늘은 45번째 맞이하는 어버이날이다.

어머니 당신의 뱃속에/ 열 달 동안 세 들어 살고도/ 한 달 치의 방세도 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몇 년씩이나 받아먹은/ 따듯한 우유 값도/ 한 푼도 갚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 이승에서 갚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저승까지 지고 가려는 당신에 대한/ 나의 뻔뻔한 채무입니다.// 어느 승려 시인의 ‘외상 값’이란 시이다.

장난삼아 엄마를 내 등에 업고/ 하도 가벼우심에 눈물 쏟아져/ 세 발짝도 다 가지 못했습니다.// 이시가와 다꾸보꾸의 시가 아니라도 저절로 눈시울이 젖어오는 어버이날이다.

효는 이제 먼 옛날이야기처럼 인식되는 게 요즈음 현실이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조차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 불렸던 효의 의미가 사라져 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버이날을 맞으면 ‘송충이를 집어삼킨 정조대왕’의 효성이 생각난다. 아버지 영조의 미움을 사 뒤주 속에서 비참하게 죽어 간 사도세자에게는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이 바로 조선조 22대 왕인 정조 대왕이다.

어린아이였을 때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인 융릉을 사흘에 한 번씩 찾아가 참배했다. 이렇듯 효성이 지극한 정조는 아버지 무덤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아버지의 영혼이나마 편안히 잠드시게 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융릉의 주변을 푸른 숲으로 우거지게 하기 위해 나무를 심어 놓았다.

나무가 한창 자라날 초여름의 어느 날 정조는 융릉을 찾았다. 아버지의 무덤에 참배를 끝내고 돌아오려 하자 푸른 소나무의 잎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거의 없어진 것이 정조의 눈에 띄었다.

“황공하옵니다. 전하! 송충이가 생겨서 솔잎을 모두 갉아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잎이 모두 없어진 줄로 아옵니다. 보살피지 못한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리를 굽실대는 좌우 신하들의 말에 정조는 비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찌 그것이 경들의 죄란 말이오. 효성이 부족한 과인의 부덕 때문이오.” 정조는 바로 옆의 소나무로 다가가 기어가는 송충이를 슬픈 눈으로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버님이 잠드신 수풀을 갉아먹느니 차라리 내 불효한 창자를 갉아먹어라.” 그리고는 송충이를 집어 삼켜 버렸다.

당황한 신하들은 “전하! 전하!”하고 외치며 슬픔을 같이했고 그 뒤 어디에선가 새들이 날아와 송충이를 모두 잡아먹었고, 숲은 푸르름으로 가득 찼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전 세계의 장수촌을 조사한 결과, 중앙아시아의 ‘위구르’ 족이 가장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위구르’ 족에게는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100세를 넘기는 독특한 장수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부모에게 효도하며 3·4세대가 함께 어울려 대가족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효를 행한 것이 장수의 비결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나이 든 부모는 자식들에게 서서히 짐이 되는 존재로 전락하는듯하여 마음 아프다.

‘어머님은 살아계신 가장 거룩한 존재’ 미국 펜실베니아의 어느 ‘어머니 상’ 밑에 새겨진 글귀라고 한다. 자녀들이 제 아무리 효도를 다한다 해도 부모의 사랑을 어찌 다 갚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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