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분주한 하루일과를 마치고 골목길에 들어섰다.

가로등에 가려 관심 없이 지내던 달빛이 오늘따라 내 마음 한가운데와 있다.

달빛아래 활짝 핀 꽃들이 향수(鄕愁)를 자아낸다.

명리(名利)를 떨쳐 버리고 한걸음에 고향으로 달려가 그 옛날의 어린 시절의 친구도 만나보고 싶고 집 떠날 때면 멀어져가는 자식을 지켜보시며 배웅해 주시던 어머니를 한 걸음에 달려가 뵙고 싶지만 그 다정하던 친구들도 살길 따라 객지로 떠나가고, 세월 따라 어머님도 우리 곁을 떠나셨으니 다시 뵈올 수 없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휴매니즘에 관하여”란 책을 쓴 실존철학자인 하이덱거는 “고향의 상실(Heimaatlosigkeit)이 세계의 운명”이라고 풍요로운 생활 속에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리이즈먼이 지적했듯이 “군중속의 고독”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정신적 고향을 상실한 현대인의 모습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날 가난하지만 정(情)으로 맺어진 이웃들이 오순도순 살아 왔지만 오늘의 우리는 이웃 간에 대화가 단절된 채 이웃에 사는 사람이 사망한지 수십일이 지나서야 발견되곤 한다.

어린 시절 꽃피는 봄이면 동산에 올라 꽃을 꺾으며 뛰어놀고, 여름이면 앞 냇가에서 물장구치고, 가을이면 들판에서 메뚜기를 잡으며 논뚝을 누볐다. 달 밝은 밤 동무들과 어울려 숨박꼭질 하던 추억이 영화 속 필림 처럼 연이어 지나간다.

지난 날 가난했지만 자연식품(自然食品)을 먹으며 비만을 걱정할 일 없고, 부모님들도 사교육비로 걱정하는 일 없이 직장이나 이웃 간에 받는 스트레스도 적었고, 청소년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산으로 들로 뛰어놀며 성장했다.

오늘날 부모들은 늘어가는 사교육비 속에 생활이 어렵고, 청소년들은 부모의 지나친 기대 속에 학교교육에 이어 계속되는 학원수강을 위해서 쉴 뜸 없이 하루를 보내며 극심한 생존경쟁 속에 정신질환이 늘어가며 자살자도 증가 하는 등 사회 병리 현상이 늘어가고 있다.

이제 청심과욕(淸心寡慾), 깨끗한 마음으로 욕심을 줄여 수분지족(守分知足)하며 보람 있는 생활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하며 생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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