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 칼럼니스트

 
 
무덥던 날씨가 비가 내리니 창밖의 소나무는 푸르름을 더해가고 생기가 있다.

잠시 일을 멈추고 창 밖을 바라보니 고향에서 함께 뛰놀던 옛 친구들이 그리워지며 진달래 피는 봄이면 친구들과 뛰놀다 해질녘에 에야 집으로 돌아오고, 여름이면 매미를 쫓고 냇가에서 친구들과 물장구치며 즐기던 지난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이웃 간에 정(情)을 나누며 오순도순 살아 왔는데 그 옛 친구들은 생업을 찾아 고향을 떠나고, 오늘 우리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 살아가지만 리이즈먼이 지적했듯 “군중 속의 고독한 존재”로 고독을 씹이며 살아가야 하는 게 현대인의 숙명인가 보다.

지란지교(芝蘭之交), 지초(芝草)와 난초(蘭草)같은 향기로운 사귐으로 벗 사이의 맑고도 높은 사귐을 의미한다.

지음(知音)은 열자(列子)에 나오는 거문고의 명인인 백아(伯牙)와 그 음악을 옳게 이해하는 친구인 종자기(鐘子期) 사이에서 생긴 말로 자기의 뜻을 알아주는 참다운 벗을 말한다.

여름이 되니 20여년전에 고향인 음성고등학교 교장으로 승진하여 부임했을 때 교문에 플래카드를 걸고 고향에 돌아옴을 축하해 주던 50년대의 전쟁후의 어렵고 힘든 시절 함께 공부하던 음성중학교 8회 동문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지난여름 함께 만나서 회포를 풀던 때가 그리워진다.

18년째 노인대학에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외람되긴 하지만 강의라는 형태로 말씀을 올리고 있다. 나이가 들면 건강이 나빠지고(病苦), 경제적인 어려움이 찾아들며(貧苦), 찾아주는 이가 없으니 외롭고(孤獨苦), 할일이 없는(無爲苦), 노년의 사고(四苦)가 찾아드는데 소주잔을 기울이며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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