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준 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며칠 전 TV를 보던 중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갈등을 빚는 내용을 다룬 방송이 나왔다. 한동네 사는 노년의 시어머니 4명이 동산으로 소풍을 가서 며느리가 싸준 도시락을 열었다. 열려진 도시락은 모두 김밥이었다.

그런데 먹어보니 맛이 모두 똑 같았다. 그릇만 달랐을 뿐 만든 모양이나 들어간 재료 까지도 똑 같았다. 옆집노인이 얘기했다. “이것은 며느리가 싼 것이 아니고 김밥을 사다가 그릇만 바꾸어 담은 것이네” 도시락을 싸 가지고 왔던 며느리가 사실대로 털어 놓았다. 며느리 자랑을 하던 시어머니는 안색이 돌변했고 순간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고부열전’이란 프로그램에 보면 외국인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겪는 갈등을 사실대로 나열하고 있다. 성격이나 스타일 등 우리나라 며느리들과 같은 갈등 요인도 있겠지만 자라온 환경과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더 많은 것 같다. 언어도 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색다른 문화를 접하다 보니 마음을 알지 못해서 갈등이 쌓이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며느리 친정을 방문해서 사돈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그 나라의 풍습을 보면서 서로 많은 이해를 하고 더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였다.

돌아가신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옛날 시어머니들은 내가 당한 것만큼 며느리에게도 못되게 했다고 한다. 가정의 전통과 서열에 따라 아랫사람을 길들이는 습관이 있었던 것 같다. 요즘 고부간의 갈등 원인은 무엇보다도 세대 간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많다. 세상이 변하고 삶의 형태도 옛날과 다른데 시어머니들은 옛날 사고를 요하고, 요즘 민주화된 사회에서의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멀리하고자 한다.

딸과 며느리를 똑 같이 대하지 아니하고 차등으로 대하는 시어머니들의 문화에서도 갈등이 유발된다. 또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처신을 잘못하고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한 신랑의 탓이기도 하다.

시어머니의 며느리꾸지람은 장모를 통하여 사위에 떨어지고 사위와 장모간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또 친정 살림살이에 간섭하고 챙겨가는 시누이와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초기에 해결하지 못한 갈등은 확대되어 도리 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요즘의 고부갈등은 옛날처럼 시어머니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며느리가 아니고, 오히려 학력이나 생활면에서 여유로운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멸시하고 구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직장에 다니는 며느리의 경우는 시어머니를 식모로 취급하지 않는지 염려된다.

옛날에 우리부모는 자식 집에 가는데 무슨 연락을 하고 가느냐! 며 불쑥 오시곤 했다. 물론 전화가 없어서 그런 것 인지도 모르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요즘은 아들 아파트를 사주어도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 맞벌이 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유이지만 자신들 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은 요즘 사람들의 마음이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온 가족의 중심이 이제는 부부가 중심인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여건만 해결되면 부부는 자기들 끼리 살고 간섭을 싫어한다. 특히 가정에서의 어머니의 권위는 없어진지 오래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만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남편의 촌수를 따라 자식과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며느리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중요하다. 내가 겪어왔던 것과 다르다는 인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배우자를 키워주신 부모님에 대한 존중과 순종하는 마음이 먼저일 것이다. 고부간에는 갈등이 일어나기 전에 사랑하는 내 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최선이며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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