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

 
 
헬조선이라는 말이 어느 순간 우리 사회의 보통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지옥을 뜻하는 헬(Hell)이라는 단어와 우리나라를 뜻하는 조선(朝鮮)의 합성어로서 ‘지옥과 같은 우리나라(?)’쯤으로 쓰이는 말이다. 요즘 말로 하면 ‘이게 나라냐?’의 또 다른 의미라고 할까? 과거에는 취직하기 힘들고, 결혼하기 힘든 젊은이들의 덗두리 같은 말이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 스스로를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SNS상에서 서울의 유명 대학 교수 두 분이 정반대 시각의 글을 올리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두 교수의 글은 얼핏 보면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기도 하다.

먼저 한 교수는 우리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많은 물질적 풍요를 이루었고, 소득분배 등에 있어서 OECD의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여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근거없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불필요한 논쟁을 하기 보다는 냉정하게 현실을 인정하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삶을 개척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교수는 우리의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행복감이라는 주관적 지표는 하락하였고, 대기업 중심의 성장과 지나친 경쟁 그리고 개천용으로 대표되는 기회의 사다리가 무너진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상반된 시각의 두 교수님들의 글 중 어느 누구의 글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해본다. 물론 보다 구체적으로 사실관계를 들어가 보면 일정 부분 동의하지 못할 부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글이 우리 사회와 젊은이에 대한 애정에 기반하고 있다는 진정성에 대해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자식을 키우다보면 부모 중 하나는 악역을 담당하는 쪽이 있기 마련이고, 다른 한쪽은 감싸는 역할을 해야 하는 역할분담이 필요한 법이다. 보다 강인하게 사회의 어떤 역경에도 이겨내는 사회인으로 성장하길 바라며 때로는 매도 마다하지 않는 부모가 있고, 그러한 상황을 너무도 안타까워하며 무한애정으로 보듬으려는 부모 역시 있기 마련이다. 누가 악역을 맡을 것인가는 가정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두 교수님들의 뜻도 부모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예전 서양에 ‘아침에는 네 발로, 점심에는 두 발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짐승이 무엇일까?’라는 수수께끼가 있다. 정답은 ‘사람’이다. 갓난아기는 네발로 기어다니고, 젊을 때는 두 발로 걷고 늙어서는 지팡이에 의지해야 하는 것이 인간 삶의 행태이다. 진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보편적인 삶의 방식 혹은 스케줄은 있다.

이제 20대부터 인간 삶의 스케줄을 짚어보자. 흔히들 20대를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절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신체적으로 가장 아름답고, 건강한 시절이며 자유로운 시기이다. 고등학교까지 있던 부모의 잔소리도 이 시기부터는 없어진다. 시간적으로도 여유로운 시기이다. 육체와 정신 모두 가장 왕성한 나이이다. 그러나 이것까지다. 대부분 대학생들은 미래의 먹거리, 즉 무엇을 하며 독립된 사회인으로서 삶을 살아가야 하나?라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어쩌면 가장 불안정한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다. 높은 꿈과 냉정한 현실이 공존하는 이중적 시기가 바로 이때이다.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한다.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써주는 직업을 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수평적 학교가 아닌 수직적 사회생활에 두려움과 함께 시작하며 세상을 배워간다.

30대는 사회생활을 하며 인생의 진면목을 깨닫는 시기이다. 물론 대부분 이 시기에 자신의 배필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2세를 낳아 새생명의 소중함과 자식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달으며 부모님에 감사한 마음을 몸소 체험하는 시기이다. 40대는 가장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시기이다. 10여년의 직장생활로 직장 내에서 어느 정도 인정도 받고, 가정적으로도 안정적으로 정착하며 어린 자녀들의 커가는 모습을 즐기는 시기이다.

이제 50대가 되면 서서히 제2의 인생, 즉 은퇴를 서서히 생각할 시점에 도달하게 된다. 직장 내에서는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을 보며 언제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게 될까를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자녀들을 보다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에 정착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60대 이후에는 서서히 제2의 인생에 진입하며 새로운 삶에 적응하며, 자신이 이제까지 쌓아온 건강, 재력, 자녀교육의 결실에 대해 평가받는 시기이다. 이것이 평범한 인간의 일생이 아닐까?

헬조선이라는 말이 왠지 거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에서 말한 평범한 삶의 스케줄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외면하며 사회를 탓하는 것은 아닌지?하는 물음이 든다. 어쩌면 우리 모두 각자의 시대에 짊어져야할 삶의 무게가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책임은 남이 아닌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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