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종 렬 전 음성교육장

 
 
스위스의 한 마을에 관광버스가 운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고장 나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관광객들은 비명을 질러대고 아우성이었다. 게다가 앞 도로에는 다섯 개의 커브 길 표시까지 보였다. 그러나 운전기사는 침착하게 커브 길을 하나하나 잘 돌았다.

마침내 마지막 커브를 돌 때였다. 그곳부터 오르막길이라 안심했는데 그때 도로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운전기사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매우 당황했다. 경적을 계속 울렸고 아이들은 피했지만 한 아이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운전기사는 순간 큰 갈등에 휩싸였다.

'저 아이를 치고 많은 관광객들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아이를 살리고 관광객들을 다치게 할 것인가….' 운전기사는 곧 결정을 내렸고 아이는 버스에 치였다. 버스는 멈췄고 운전기사는 황급히 내려 아이를 가슴에 품었지만 아이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운전기사는 아이를 안고 흐느꼈다. 그때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운전기사에게 손가락질을 하며?'살인자'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운전기사는 아무런 대꾸 없이 아이를 안고 근처의 오솔길로 향했다. 그때까지도 관광객들은 야유와 비난을 퍼부었다. 그때 한 젊은이가 뛰쳐나와 말했다. "모두 조용히 하세요! 당신들은 모릅니다. 당신들을 살리려고… 버스에 치인 아이는 바로 그의 아들입니다."

참으로 슬프고 가슴이 찡한 실화이다. 많은 관광객을 살리기 위해 미처 피하지 못해 우물쭈물하고 있는 청각장애를 가진 사랑스런 아들을 향해 고장 난 버스를 어쩔 수 없이 돌진해야 하는 아버지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과연 내가 그 운전기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많은 관광객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기 아들을 희생시킨 운전기사의 거룩한 행동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질 뿐이다. 1993년 5월 14일, 서울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길을 건너던 학생이 달려오는 차에 치었다. 하지만 사고를 낸 차는 뺑소니를 치고 그 학생은 피투성이가 된 채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택시 운전사가 그 학생을 싣고 주변에서 제일 가까운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병원비도 없고 보호자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병원 측은 다른 병원으로 가보라는 것이었다.

생사를 다투는 시급한 환자를 돈 때문에 받지 않는 병원 측을 원망하면서 꺼져가는 등불처럼 위급한 환자를 싣고 다른 병원을 찾았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그 후 택시 운전사는 세 군데의 병원을 더 다녔다. 그렇지만 또 다른 병원도 처음 간 병원과 마찬가지로 거절을 당하였고, 그렇게 하는 동안에 그 학생은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학생이 숨을 거둔 후 경찰에서 그 학생의 신분을 조사해 보니, 그 학생의 아버지는 바로 처음 찾아갔던 병원의 의사였다고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안타까운 죽음이다.

현대 사회는 돈과 명예와 권력만 아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자기의 이익만을 위하다가 결국 자기의 소중한 아들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온 이 실화 역시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과 함께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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