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란 수필가

 

 
 

남편과 중매로 만나 9개월이 되었을 때 친정 부모님과 시어머님이랑 상견례를 했던 것이 생각난다. 보쌈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본인 자식들의 연을 맺어 주기위해 인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것이 벌써 30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 나는 큰딸의 예비 사돈을 맞이하려고 마음의 준비 중이다. 아직 예비 사돈과 구체적으로 결혼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에 만나자고 얘기는 한 상태인지라 어색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 채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간다.

큰딸의 결혼을 생각해 보기 전에는 사돈은 멀고 어려운 관계인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예비 사위를 맞이하고 예비 사돈을 맞이할 생각을 하니 그 관계가 참 가깝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사위 될 아들을 잘 키워주시고 보내주심에 나는 귀한 아들을 덤으로 얻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참 좋다.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과연 내가 친정엄마로서 장모로서 부모 노릇을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이유로 걱정도 되지만, 양쪽부모가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고 이 둘을 축복 하고 싶은 공통된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아이들의 결혼은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맞이하는 사위와 사돈이라 그런 것일까, 자식을 시집보내고 사위를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내게 남편을 보내주신 시어머니가 떠오른다. 금지옥엽 귀한 아들을 낳으시고 나와 연을 맺어 자식 낳고 살게 해 주셨는데 살아계실 적에는 그게 감사한 줄을 몰랐던 것 같다. 남편과 맺은 인연은 오롯이 나와 남편의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진작 이렇게 사돈의 소중함을 알았었더라면 살아생전에 시어머니께 더 잘해드릴걸 하는 후회에 아쉬움이 몹시 크고, 동시에 죄송함이 앞선다.

내 나이 50줄에 들어서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새로운 경험을 마주하며 계속해서 생각이 바뀐다. 그리고 생각의 많은 부분은 돌아가신 누군가에 대해 잘 못해준 것에 대한 후회로 비롯한, 그래서 살아생전에 잘 해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내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야 비로소 ‘이런 생각이었구나.’ 감탄사와 함께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한 삶을 살 때가 많다. 우리가 조금 더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특수 안경을 쓰고 살았더라면 지난 일에 대한 후회 없이 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 딸아이의 시집 이야기로 인하여 사돈이라는 새로운 가족 관계를 형성하면서 오늘도 즐거운 생각에 빠져본다. 모두가 사랑 가운데 배려하고 이해하면 좋은 관계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훗날 후회 하지 않도록 오늘도 내일도 예비 사위와 사돈과 즐겁게 살아야지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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