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매스컴을 타고 전국식당의 많은 욕쟁이 할머니가 소개된다. 욕쟁이 할머니들은 대개 보리밥이나 국수, 순대국밥, 두루치기, 순두부집 등 우리 입에 익숙한 전통음식을 파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 형태나 메뉴는 다르지만 우선 머리에 떠오르는 모습은 싸고 푸짐하며 배가 든든하다는 느낌이 든다. 글을 잘 몰라 현금만 받는 곳도 있고, 물이나 소주는 셀프인 곳도 있다. 말을 잘못 붙여 욕을 얻어먹는다 해도,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욕에서 옛스러움을 느끼고 부모님을 생각하게 한다. 할머니의 막말을 통해 가슴 한구석에 응어리졌던 무엇인가가 뻥하고 뚫리는 시원함을 느낀다.

‘막말’은 되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이다. 막걸리, 막국수에서 와 같이 찌꺼기가 남아있는 그대로 탁하고 거칠게 걸러서 먹는 음식처럼, 정제되지 않은 별 생각 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하는 거친 말이다. 배우 김수미는 막말로 유명한 연예인이다. 그녀가 욕을 하는 영화를 보면 재미있고 통쾌함을 느낀다. 이명박 대통령 선거홍보에 나오는 욕쟁이 할머니는 점잖고 뜸직함을 느낀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사에서도 막말로 한몫 보는 정치인이 있다. 지난번 대선에서 패한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씨다. 자신이 대단한 지식이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상대방의 잘못을 비꼬고 비하하여 대중으로부터 주목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비판하고 하류로 취급하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돌아보고 속 시원한 무엇을 느끼게 하고자 하는 의도적인 말언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진정성이나 말의 깊이며 내용이 없다. 충청북도의회에도 막말로 지탄을 받는 도의원이 있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3월 청주의 한 태극기 집회에서 ‘국회에는 250마리의 미친개들이 날뛰고 있다’고 하고 사실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을 미친개에 비유한 것이다. 해당 도의원은 2017년 7월 물난리에 해외연수를 비난하는 국민들을 향해 ‘레밍’(들쥐의 일종 : 맹목적으로 남을 따라할 때)같다고 했다. 이 또한 자신이 주목 받고자 하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 아닌가 한다.

대중은 막말에 대하여 의미를 파악하기 보다는 우선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박수를 보낸다. 특히, 상대편의 말실수가 맞아 떨어지면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보았듯이 가치를 떨어뜨리고 함량미달 정치인이라는 지탄을 받았다. 이 들은 계산된 막말로 진실을 호도하고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자 한다. 마치 궤변론자들과 같이 이론에 맞지 않는 말을 가지고 이론화 하고자 하는 것과 같다. 일면 파렴치 하고 추악하기 까지 한 행동이다. 특히, 공인으로서 자격을 상실한 막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다. 방송에 나오는 국회의원 출신이나 방송인 출신중에는 막말로 얼굴을 들고 다니는 것이 참 뻔뻔한 사람도 있다.

말 한마디로 자리를 잃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경우도 있다. 막말로 인하여 큰일을 그르친 사례는 부지기수다. 사람이 말을 함에 있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말을 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그 진가가 가벼운 농담이 될 수도 있고 인생을 담는 중대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치고받는 게임을 보는 것과 같은 소위 ‘노이즈마케팅’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언충신행독경(言忠信行篤敬)이라고 했다. ‘말은 정성스럽고 참되며 믿을 수 있어야 하고 행동은 진실하고 정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진실한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 언행이 일치됨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공인은 말에 대한 책임을 꼭 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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