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찌는 듯한 더위와 구질구질한 비가 지속되더니 어느덧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가을로 접어들었다. 가을이 오면 단풍이 곱게든 풍경을 바라보며 기차여행을 하고픈 계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가을은 낭만적인 풍경의 여유로움보다 사회적인 환경이 무겁게 다가온다.

북핵실험 등으로 어수선한 정세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를 억누르지만 무의식적으로 축적된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사태속에서 잊을만하면 툭툭 터져나오는 학교폭력사태는 심각한 우려를 지워버릴 수가 없다. 오직하면 우스개 소리로 회자되는 말 중에는 북한이 쳐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는 중학교 2학년이 무서워서 쳐들어오지 못한다고 하겠는가? 최근 부산·아산 여중생 폭행 사건, 강릉 여고생 사건 등이 보도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이 적나라하게 부각되고 있다.

매년 학교폭력 사범은 1만4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학교폭력이 불러올 부정적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가해자들이 장난이라고 여긴 사건에도 피해자들은 심각한 후유증을 호소하거나 자살 시도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최근 부산에서 또래를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폭행하고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

이를 뉴스로 지켜보는 주민들은 학교폭력 대책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더욱이 성인보다도 잔혹한 수법이 이어지면서 더 이상 청소년 범죄를 좌시할 수 없다며 청소년보호법 폐지 등까지 거론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학교폭력과 관련해서 상담을 하게 되면 가해자는 장난이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평생을 외상후 스트레시스 장애로 고통을 받기까지 한다. 제 때에 치유하지 못하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솝우화에 연못 바위에 앉아있는 개구리를 향해 수제비 놀이를 하듯 작은 돌을 던지지만, 그것이 개구리에게는 목숨과 직결될 수 있는 것이다.

10대의 또래들이 무심코 장난삼아 하게된 폭력은 습관화되고 피해자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폭력에 노출되면 무기력과 우울증으로 이어져 극단적인 선택을 할수도 있는 상황이다.

학교폭력 예방은 단순히 학교 안에서 이뤄져서 될 문제는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학교폭력을 목격하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관자적인 태도야말로 가해자를 동조하는 세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학교폭력 멈춰’라는 구호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방관자적 입장에 선 다수의 양심을 깨우기 위한 고육지책의 지혜가 숨어있다.

인간(人間)이라는 말속에는 사람은 사이의 존재라는 것이다. 사람이 사이좋게 지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인간은 사이의 존재로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본성적으로 타고난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양심이기도 하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 타고난 본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내가 당해서 하기 싫은 일을 남한테 시키지 않는 것의 습관화가 바로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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