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충주댐 상류 적성면 사무소 가는길 좌측에 너른 갯벌이 수만평 펼쳐진 곳이 있다.
댐 수몰로 인해 양지 바르고 살기좋은 땅이나 인적 없는 곳이 되었다.
이름하여 수양개, 앞으로는 너른 강이요 뒤로는 나즈막한 산, 아침해 뜰때부터 해지기 까지 그늘지지 않는 땅이다.
폐기된 철교 뚝이 물속으로 길게 누워 있는 끝없는 모래 사장을 걸으면서 참 살기좋은 땅이었구나 하는 걸 느꼈다.
강건너 좌측으로는 신라때 산성 적성의 모습이 보인다.수양개는 세계 고고학계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후기 구석기때부터 최근 수몰 전 까지의 유물이 한 곳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칠팔년쯤 되었을까 제천에 일년간 근무할 기회가 있었고 지역 역사에 특별한 애착을 가진 진주동물병원 김원장과 함께 봄날 일요일 오후에 그곳엘 간적이 있었다.
마침 물이 빠져 드넓은 모래 사장이 펼쳐 있었고 고운 갯모래가 훈풍에 날리고 있었다.
천천히 동에서 서로 중간쯤을 걸어갔다. 물의 침식 작용으로 수천년전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모래위에 드러나 있었다.
흙으로 구운 그릇, 무언가 빻던 잘라진 돌, 그물추 등을 수거 하다가 드디어 단양 석회석으로 갈아 만든 돌 화살촉 하나를 발견했다.
바람에 의해 모래 속에서 잠깐 들어나 이내 묻히고 있는 것을 잡은 순간 수천년간의 세월이 주는 현실감에 벅차 한동안 멍했던 기억이 지금도 뚜렷하게 생각난다.
방금 돌 화살촉을 갈아 논것처럼 완벽한 모습에 감격하고 감격했다.
모래 사장 위의 두시간이 꿈처럼 지나가고 그 선인들의 흔적은 지금도 잘 보관하고 있다.
세월이란 이런때에 일장춘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수양개의 인상은 참 살기 좋은 땅으로 기억되고 있다.
수양개는 충북대 이 융조 교수팀이 몇 년에 걸쳐 발굴 조사하여 세상에 알려졌다.
발굴된 유물도 많지만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한 곳이다.
유물 박물관이 세워지고 많은 이 들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수천년간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살며 농사짓고 사냥 하던곳 수양개, 한 번쯤 그곳에 들러보면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반추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투박한 홍도(붉은 흙 항아리)조각은 천년의 세월도 순간인 것을 깨닫게 한다.
경주 황륭사터에서 느꼈던 무한한 상상을 그곳에서도 경험 할 수 있었다.
빈터가 종소리처럼 울리는 땅, 일만팔천년전의 이 땅 주인들의 흔적이 주는 느낌은 말로 표현키 어렵다.
여러분도 한 번 그곳에 가 보시도록 권한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