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자 수필가

 
 

거울 속 여자가 낯설다. 거울 앞에 앉아 웃어 보지만 표정은 미동이 없다. 제멋대로 올라간 눈썹으로 인해 자연스럽던 미소는 이미 사라졌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와 과로 탓인지 운전 중에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차를 길옆에 세우고 잠시 휴식을 취해보지만, 피로는 쉽사리 가시지 않고 부쩍 심해진 갱년기 증세 때문인지 얼굴의 주름은 더 깊어 보였다. 며칠 뒤 읍내 병원을 찾았다. 대기실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데 한쪽 벽면을 차지한 큼지막한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매끈한 피부의 사진 속 여자는 무척 아름다웠다. 보톡스 효력에 대한 광고였다.

호기심이 일렁일 때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렸다. 진료하는 도중 의사에게 넌지시 보톡스 시술에 관해 물었다. 시술시간은 3분도 채 안 걸리며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답변이다. 듣는 순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매끈한 피부를 꿈꾸며 가벼운 마음으로 주사를 맞았다. 채 2분도 걸리지 않았다. 넉넉히 놨으니 일주일이 지나면 서서히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쳐있는 몸 상태의 처방도 내려 줬다.

예뻐질 거라는 기대로 거울 앞에 자주 섰다. 그러나 기대는 날이 갈 수로 실망과 후회로 바뀌었다. 병원을 다시 찾았다. 근심이 가득한 나에게 의사는 보톡스 유지 기간은 6개월이며 기다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하루가 일 년처럼 느리게 가고 있다. 남편은 내가 몹쓸 병에 걸렸나 싶어 걱정하는 눈치다. 그러나 주사 때문이라고 선뜻 말할 수가 없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아름다움에 관심이 높다. 외모 중 조금 부족한 부분들을 성형으로 보완하겠다는 이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만난다. 어느 TV 방송에서 외모에 열등감이 심한 사람을 선정해 온몸을 성형미인으로 만들어 주는 방송프로가 있었다. 성형 전후의 달라진 모습을 보며 같은 사람인가 하고 눈을 의심할 정도다. 어느 성형외과 의사의 말을 빌리자면 지나치게 예뻐진 자신을 주변 사람이 알아보지 못하는가 하며, 타인으로부터 주목받는 심한 부담감으로 수술 전 얼굴로 되돌려 달라는 불가능한 요구도 한다고 했다. 누구의 평가에 예민하고 외모 콤플렉스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일수록 성형수술의 결정도 쉽게 내린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감 있는 사람은 성형을 쉽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성형미인이라고 해서 결코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얼굴의 윤곽이 또렷하지 않던 이웃집 아가씨는 약간의 콧대를 높이는 시술을 받고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아 당당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텔레비전을 통해 본 여대생은 교통사고 후 잇단 화재로 차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얼굴과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여러 차례 성형수술을 받았으나 얼굴의 흉터는 여전했다.

한동안 좌절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외국으로 나가 심리학을 전공했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녀는 힘든 사람들의 재활을 돕는 재활상담사 되었으며 얼굴의 화상 자국은 여전했지만,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그녀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무척 아름다웠다.

겉모습에만 주름이 있는 것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주름도 존재한다. 마음에 주름이 잡힌 이들은 상대방의 참뜻을 제대로 읽지 못할 수도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이며 그것은 본래의 자기 모습을 사랑하고 가꾸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무슨 일이든 지나침은 늘 경계해야 한다.

나 또한 마음의 주름으로 인해 어리석은 잣대를 누군가에게 함부로 들려대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내가 살아온 삶의 이면에는 그동안 쌓여온 편견과 아집으로 인해 마음의 주름살이 깊음을 깨닫는다. 이제는 겉모습에 연연하기보다는 마음 밭을 잘 가꿔 잡혀 있는 주름을 펴야겠다. 은은한 향기가 있어 누구나 찾아와 함께 가꾸어 갈수 있는 꽃밭이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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