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영 전 청주고 교장, 칼럼니스트

 
 

 가정은 최초의 학교요, 베스탈로찌는 “가정을 도덕의 학교”라 했고, 독일의 시성(詩聖)인 괴테는 “왕이건 백성이건 자기 가정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고 가정이 소중함을 강조했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나의 집이여 아무리 작아도 너는 나의 궁전”이라고 했다. 최근에 버려지는 아이들과 늘어만 가는 해외 입양아의 증가는 심각성을 더 해가고 있고, 심지어는 나이어린 자식의 목숨을 앗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원숭이의 새끼사랑의 단장(斷腸)의 고사(故事)를 생각나게 하며, 관광지에 버려지는 노부모의 모습과 폭력을 행사하는 자식 앞에서도 수사관 앞에 오히려 자식을 감싸는 노부모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하며, 가족들과 함께 자식에게 살해당한 부모의 소식은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한다.

채근담에 부자자효(父慈子孝),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당연히 그리해야 할 일”이라고 했고, 증자(曾子)는 효자자백행지선(孝慈者百行之先),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온갖 일에 앞선다”고 했건만 지난날 가난 속에서 하루 세끼를 해결하지 못하고 조반석죽으로 연명하던 시절에도 자식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던 모정(母情)이 어린핏덩이를 비닐봉지에 넣어버리는 비정(非情)으로 변하고, 천 가지 죄(罪)중에서 불효(不孝)가 가장 큰 죄라고 했건만 효도는 고사하고 부모를 버리거나 폭행하며 심지어는 자식에게 목숨까지 빼앗기는 오늘의 부모들은 설자리가 없다.

이대로는 안 된다. 가정이 해체되어 가고 있다. “아무리 작아도 나의 궁전”이라던 가정이 더 이상 머물 곳이 되지 못하고 안식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는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서 도덕성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

논어(論語)에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고 했다. 우선 부부간에, 그리고 부모와 자식간에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채근담(菜根譚)에 이르기를 유서즉정평(惟恕則情平)이라고, “용서하면 평화롭게 한다”고 하여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易地思之)하며 이해하고 보듬으며 살아가기를 권하고 있다.

세상사는 일이 아무리 어렵고 괴로워도 가정으로 돌아가면 하루의 피로를 풀며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살아온 우리가 아니었던가, 아카시아 꽃향기가 마음속 깊이 스며들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보듬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그리고 웃음이 충만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거창한 구호나 일회성 행사보다 유서즉정평(惟恕則情平)을 실천에 옮겨 가정이 진정 삶의 보금자리가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하며 생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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