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영 섭 서양화가,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올 한해는 매스컴이나 각종 신문 지면에 불신의 온갖 뉴스거리가 유난히 판을 쳤다. 촛불집회, 태극기집회, 대통령탄핵, 대통령선거 등 유례없는 사건으로 다사다난했다. 거기다가 정권이 바뀌고 여야가 입장이 바뀌다 보니 더욱 정치인들의 진흙탕싸움이 가관이다. 상대방을 헐뜯고 각종 비리폭로, 유언비어날조 등으로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머리가 어지럽다. 이런 불신풍조 조장에는 정치권이 으뜸이요, 경제계, 공무원, 매스컴까지 믿을 수 없는 불신의 비리가 터져 나왔다.

‘콩으로 메주를 쒀도 곧이듣지 않는다.’라는 옛 속담이 있다. 메주는 콩 이외에 다른 것으로는 만들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콩으로 메주를 쒀도 믿지 않겠다고 한 옛 속담은 오늘날 우리와 같은 현실을 잘 대변한다고 본다. 어쩌다 이지경이 되고 만 것일까? 우선 책임은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에 책임이 있으나 사회 전체에 만연된 불신풍조에 있다고 본다. 지식으로 알고는 있으나 행하지 않으니 차라리 모르는 편이 더 낳지 않을까? 신의가 믿음을 심는 일이라면 신뢰는 그 결과로서 서로 믿을 수 있는 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각자가 신의를 쌓아가는 가운데 상호간에 신뢰관계가 형성되며 그러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신뢰사회라 할 수 있다. 신의는 기본을 지키고 원칙에 따라 사는 것을 말한다.

믿음이 없다면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으며 매사를 염려해야 할 것이다. 믿음으로 인해 우리는 남들을 염려하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자신에 대해 믿음을 갖는 것도 성장을 위한 전제가 된다. 인간관계에 있어 신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진실해야 한다. 신뢰하는 관계는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치는 가운데 신뢰가 쌓여감으로써 비로소 모든 인관관계도 공고해질 것이다. 성인이면 누구나 신의를 지키고 행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특히 정치인, 경제인, 종교인, 심지어 교육자들까지 모범을 보이고 앞장서야 한다. 오래 전 열반하신 조계종 전 총무원장 지관스님께서 세간에 유행시킨 “수평불류(水平不流)”라는 말이 있다. 물도 평평한 곳을 흐를 때는 소리를 내지 않는 법이다. 사람 역시 공평하고 신뢰가 가는 사람은 뒷말이 없기 마련이다. 하여 이를 “인평불어(人平不語)”라 하셨다. 또한 조선 선조 때 충청도 공주에 살던 서기(徐起)라는 학자가 쓴 시대를 한탄하는 한시에서 형수인심다고성(形獸人心多古聖) 형인심수진금현(形人心獸盡今賢)이라고 표현한 구절이 있다.

그 뜻은 생김새는 짐승이나 마음은 사람다운 자는 먼 옛날 성인가운데 많고 생김새는 사람다우나 마음은 짐승인자는 오늘날 현자 즉 많이 배우고 똑똑하며 지성인이며 지도자급이라는 인간들이 다 여기에 속한다하며 세상을 한탄한 기록이 있다. 오늘날 정치인, 경제인등과 사회 지도급인사를 비롯하여 우리 모두가 후자에 속하지 않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 보아야 한다. 불신풍조를 하루 빨리 없애기 위해선 너와 내가 따로 없다.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 속에서 신의를 지켜 신뢰 할 수 있는 인간관계와 사회풍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새 하얀 첫눈처럼 설레이는 소식만 들려오는 믿음이 충만한 세상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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