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충북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 인물이 미투 (Mee Too)운동을 촉발한 불특정다수의 여성들이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사건들이 잇달아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성희롱과 성폭행 등의 피해 사실을 고백한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가 미국 연예계를 시작으로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미투'란 '나도 그렇다', '나도 같은 경험이 있다'는 동조와 동의를 뜻하는 영문표현이다.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스캔들이 불거진 뒤 영화계에서는 여배우들의 피해 사실 폭로가 이어졌다. 이 캠페인은 얼마전 미국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자신의 트위터에 성폭력 피해 경험을 밝히며 미투 해시태그를 달자는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알리사 밀라노를 비롯 귀네스 펠트로, 앤젤리나 졸리 등 세계적 스타들이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고백하며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으로 시작된 사회지도층의 성희롱·성학대 파문이 유럽의회로까지 번지고 있다. 영화계에 이어 고위 관료, 교수, 국회의원 등 사회 각계 지도층 인사들이 거론되며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영국에서는 성추문 스캔들로 현직 장관이 사퇴하고, 프랑스 의회에서도 성폭력 가해 리스트가 떠도는 등 여파는 광범위하다.형태는 다르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샘, 현대카드 등에서 발생한 성폭력에 사건에 이어, 비슷한 사내 성폭력·성추행 경험을 했다는 여성들의 추가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한림대 성심병원이 재단의 행사에 간호사들을 강제로 동원시키고 야한 옷을 입혀 선정적인 댄스를 출 것을 지시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잘못된 조직의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폭력은 직장과 학교, 가정, 거리 어느 곳에서나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나의 가족과는 무관한 일로 치부하는게 사실이다. 그리고 피해를 당한 이들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 고정관념이 여전히 우리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특히 여성이 피해자일 경우 남성피해자에게는 던지지 않는 질문들이 있다.

평소 그 여성의 행실이 어떠했는지? 옷차림이 어떠했는지? 술에 취한 여성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피해자 유발론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용기 내어 말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 왔다. 피해자에게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가 사건의 당사자가 된 것이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가해자가 그런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부끄러움과 죄책감, 책임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몫이 되어야 한다.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보다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 우선 되어야 한다. 가해자가 없으면 피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성범죄는 남녀 간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권력을 가진 자가 그렇지 않은 상대적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이다. 이러한 폭력을 용인하는 직장과 사회 전반의 잘못된 문화와 제도를 바꾸어 가는 노력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무이기도 하다. 우리 주변엔 아직도 입을 열어 말하지못하고 있는수많은 ‘Me too’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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