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김치 깍두기 맛있어, 할아버지 할머니 많이 잡수셔” 손자들의 재롱에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도 고기 먹을 줄 안다” 이는 자식들의 내리사랑에 대한 알지 못할 불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표현이 아닌가 한다. 어쩌다 뷔페식당에 가보면 한쪽에서는 환갑잔치를 하고 한쪽에서는 돌잔치를 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환갑은 조용하고 가족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고 술을 한잔 돌려 먹는 정도로 끝이 난다. 그러나 돌잔치는 가족친지는 물론이고 직장동료나 친구들까지 초청하고 이벤트를 불러 멋진 행사를 진행한다.

80년대만 해도 회갑에 초청장을 내고, 자식들로부터 하례를 받고 일가친척과 친구 등은 물론, 직장동료까지 불러 저녁 늦게까지 음주와 가무를 즐기었다. 자손이 번창하고 지위가 높은 집안의 회갑잔치에는 사람이 몰려 인사도 못하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원래 회갑은 수연(壽宴)이라 하여 오래 사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이다. 점차 의료여건이 좋아지고 오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회갑잔치를 하는 모습은 사라졌다.

젊은 부부들은 아들딸들의 돌잔치에 많은 신경을 쓴다. 예식장이나 뷔페를 빌려서 일가친척과 친구, 직장동료 등을 초청하여 음식을 접대하고 돌잔치 이벤트를 불려 근사하게 잔치를 베풀곤 한다. 첫돌은 태어 난지 1년이 되는 날로 오래 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잔치를 열고 돌잡이행사를 하여 장차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점쳐보곤 했다. 옛날에는 출생할 때 사망률이 높고 태어나서도 질병으로 첫돌까지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잔치를 베풀고 축하해주는 의식을 했던 것에서 유래 된 것으로 사료된다.

요즘 칠순을 넘는 것은 기본이다. 의료여건이 좋아지고 병원비 혜택도 많아지면서 어르신들의 병원 가는 것은 일과가 되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다 보니 팔십이 넘어도 일을 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다. 연세 많은 분들은 주로 경노당에 모여 단체 활동을 하다 보니 마음이 젊어지고 나름대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한다.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또 하나의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반면, 젊은 부부들은 결혼연령도 많이 늦어졌지만, 결혼을 해도 바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물론, 키우고 가르치지 힘들다고 한 자녀만 낳는다. 아이들 울음소리와 골목에서 떠들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최근에는 면단위 지역에 연간 출생자수가 겨우 3-4명이라고 한다. 여러 형제가 같이 크면서 생일에 수수팥떡을 얻어먹던 풍경은 없어졌다. 한때 호화판이라고 지탄을 받던 돌잔치 풍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출생아수 저하는 우리의 장래를 어둡게

한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은 부모의 취향이나 좋아하는 음식은 몰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자식의 성격이나 스타일까지도 맞추려고 신경 쓰고 행여 자존심이라도 상할까봐 떠받든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했다. 사랑도 물과 같아서 위로 가지 않고 아래로 흐르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번은 부모님이나 어른도 돌아보는 두루 사랑을 실천해 보는 것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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