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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을 보내며 4.19혁명의 어두운 유산을 생각해본다김주환 교수 강동대학교 사회복지행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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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2  13: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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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국정감사에서 정부관계자와 야당 국회의원 간에 설전이 이루어진 동영상을 본적이 있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닌 정부관계자는 1990년대 대학을 다닌 야당 국회의원에게 ‘5·6공화국 정치군인이 민주주의를 유린할 때 의원님이 무엇을 하셨습니까? 저는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습니다!’라며 자신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였음을 들어 도덕성을 강조하는 장면이었다. 한마디로 실소(失笑)가 나오는 장면이다. 수십 년 전 권위주의 정권에 항거하였던 것을 현재의 도덕성에 결부하는 것이나, 기껏 중·고교생이었을 사람에게 무엇을 하였느냐를 묻는다는 것 자체가 좀 어처구니없어 보였다. 최근 인사실패에서 보듯이 과거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여타 정치인들에 비해 결코 도덕성이 우월하지 못하다는 현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올해로 58주년이 되는 4.19혁명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있어서 상징이며, 현재까지 학생운동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건이다. 연로한 대통령을 승계할 것이 예상되는 부통령선거에서 관권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부정선거에 대한 항거로 대통령이 사임하고 헌법이 바뀌는 일대 혁명적 변화를 몰고 온 사건이다. 역설적이게도 4.19혁명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치적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이승만 대통령의 치적으로 거론되는 것 중의 하나가 ‘매번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 정치체로서 선거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려주었다는 것과 초중고, 대학생의 수를 비약적으로 증가시킨 것’ 등을 드는 정치학자들이 많다. 특히 후자의 경우 인적자원의 비약적 축적을 통해 1960년대 산업화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3.15부정선거에 최초로 항거한 것이 선거권도 없는 고등학생이었다는 것과 ‘불의에 항거하지 못하는 국민은 희망이 없다’는 말과 함께 대통령의 사퇴는 4.19혁명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승만 대통령은 자신이 세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열매의 결실을 몸소 불명예스럽게 체험하였다.

하여간 4.19혁명 이후, 대학과 대학생은 민주주의와 사회적 정의의 수호자를 자처하여왔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대학교수들은 집단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였고, 대학생들은 거리를 뛰쳐나올 것을 결코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과연 4.19혁명의 그 숭고한 정신이 아직도 유효한가? 대학과 대학생들에게 아직도 그와 같은 책무가 주어졌는가? 하는데 의문이 든다. 1986년 새내기 대학생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였던 당시 대학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대학은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했다. 틈만 나면 데모가 일어났고 메케한 최루탄 냄새가 대학가를 뒤덮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국민이 직접 뽑고자 하는 명분은 민주주의 수호자로서 대학생의 책무를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우리 대학생들은 단순히 직선제 개헌이 아닌 ‘더불어 잘사는 사회, 억압과 착취가 없는 세상, 민중이 주인이 되는 사회’라는 구호에 ‘절대선’의 가치를 부여하며 체제 변혁을 궁극적으로 꿈꾸었다. 선배가 멘토가 되어 우리 후배들을 교육시키는 독서동아리가 유행하였다. 이곳을 통해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사회주의 혹은 주체사상을 학습하였다. 당시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누구나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대의를 거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 방법에 대해서는 회의가 끊임없이 들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대학 2년을 마치고 고향에서 방위생활을 하던 필자는 집에 있던 책들을 벗 삼아 2년을 보내게 되었다. 누군가의 권유에 샀을 전집 중 동양고전들이 그 당시 읽었던 책들이다. 그 와중에 읽었던 ‘맹자’의 ‘임금을 죽인 것이 아니라, 걸주(桀紂)를 죽인 것인 것이다’라는 구절은 그동안 억누르는 이념의 짐을 벗어던질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상사회로 나가는 방법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공산주의가 아닌 새로운 길이 있을 수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바로 행정학에서 강조하는 ‘공익(公益)’라는 가치가 그 길이 될 수 있음에 확인하였다. 학과선택에 대한 행운에 감사하며 이를 더 공부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일어났다. 결과적으로 오늘의 나를 만든 계기가 되었다.

얼마 전 대학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만약 대학 당시 우리들의 이상이 실현되었다면 어찌되었을까? 지금 우리가 누리는 번영, 세계 10대 경제 강국의 나라가 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해보았다. 오히려 대학당시 우리의 이상이 실패하였음을 축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반성을 하여보았다. 과거 대학생들의 민주화운동이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설픈 지식으로 현실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함으로써 기성 정치세력에 이용당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필자가 경험한 1980년대 학생운동은 민주화라는 명분은 갖추었지만 결과적으로 지향점은 반역이었다.

분명, 4.19혁명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있어서 찬란한 금자탑이다. 그러나 아직 배움이 더 필요한 젊은 대학생들이 사회변혁의 주체인 것처럼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 것은 의도하지 않은 어두운 면이다. 만약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보다 학문에 전념하고 싶다. 위대한 선현들이 남긴 고전을 통해 정수(精髓(덧말:정수))를 체득함으로써 영혼을 더욱 살찌웠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4월을 보내며 4.19혁명의 가치를 새롭게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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