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우리 어머니 몸은 절대 아프지 않는 어떤 특별한 몸인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아무 꿈도 품은 적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드는 것을 좋아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단 하루라도 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정용철님의 "마음이 쉬는 의자" 중 일부분이다.

어버이에 대해 오해를 오랫동안 해왔던 우리들이다. 이제는 자녀로서 진정 어버이의 즐거움을 위해 후회 없는 효도를 다짐하여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 가난한 농부의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아무 것도 물려받지 못하고 일찍부터 고학을 하며 성장했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을 때까지도 아무 것도 물려주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설 명절을 맞이하여 온 식구가 고향에 내려가 명절을 보내면서 아들은 형식적인 용돈 몇 푼을 쥐어드리고 아버지가 자신에게 해 주신 것에 비하면 그것도 후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명절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아내가 문득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아유? 어쩜 당신은 그렇게 아버님을 쏙 빼닮았어요? 아버님도 당신이랑 똑같이 깔끔하시고 매사에 빈틈이 없으시더라고요. 음식 하나 남기지 않으시는 것하며, 저녁에 수도며 가스며 일일이 다 확인 하시고, 또 특별한 일 없어도 새벽같이 일어나시는 것하며, 아무튼 아버님께 돈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너무 좋은 것을 많이 물려받은 것 같아요."

난폭한 술주정뱅이 늙은 아버지와 매우 모성애가 깊은 어머니 밑에서 자란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아버지로부터는 매를, 어머니로부터는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소년이 당한 포악한 매질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역시 남편의 매질에 시달리면서도 아들을 감싼 어머니의 사랑 또한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난폭함은 소년에게 강한 증오심과 살인충동을 심어줬고 어머니의 인내와 보살핌은 그에게 강인한 극기심과 사랑을 심어줬다. 그렇게 성장한 그는 어느 새 좀 유별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고, 끝내는 그 증오와 사랑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발작하는 바람에 온 유럽을 피로 물들인 전쟁을 일으키고 말았다. 이것은 심리학자 에릭슨이 히틀러의 정신을 분석하여 쓴 ‘히틀러 어린 시절의 전설’이다. 부모는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좋은 전설이 되어야 한다.

병사가 전쟁터에서 죽을 때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부르며 죽는다고 한다. 이제라도 우리는 그런 부모가 되어야 한다. 항상 아이들의 가슴에 남아서 그립고 보고 싶은 어머니와 아버지로 인생이 힘들고 고달플 때마다 엄마와 아빠를 생각하며 힘을 얻고 꿋꿋하게 가야할 길을 갈 수 있는 그런 정신적 지주로 남아야 한다.

부모는 자식이 잘 되는 것을 시기하지도 질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자식이 잘되면 자신의 일보다 더욱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자식이 의롭고 선한 행실로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면 그것이 아버지의 면류관이 된다.

탈무드는 ‘동물은 태어났을 때부터 완성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은 태어났을 때에는 원료에 불과하다. 이 원료를 써서 어떤 인간을 만드느냐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다’하고 하였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말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부모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고, 부모들이 가는 곳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부모란 직책은 참으로 중요하고 무겁다.

세상에 부모처럼 고귀하고 중요한 직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누가 우리에게 "부모로서의 직책을 잘 감당하였느냐?"고 물을 때 우리는 떳떳이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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