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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고사리 밭최 준 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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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9  1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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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이면 나는 고향마을 고개 안산으로 산나물을 채취하러 간다. 주로 고사리나 취나물을 채취하는 정도이고 잘하면 사람들이 남기고 간 두릅도 몇 개 딸 수 있다. 가방을 메고 가지만 운동 삼아 그냥 산을 한 바퀴 휭하니 대충 돌아 내려오는 정도다. 그래도 아버님 어머님 제사에 쓸 고사리 정도는 꼭 내가 꺾어서 말려 쓴다. 조상님에 대한 내 성의이고 그리움에 대한 간접표현이다.

이곳은 내 어머니가 수년간 고사리를 꺾어서 내 학비를 도와주신 곳이다. 어머니는 이곳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지고 오지 못할 만큼 산나물을 꺾어서 마을 사람을 통해 우리 형제에게 가지고 오도록 연락을 하곤 하셨다. 어둠 컴컴한 길을 피곤한 몸으로 걸어오시는 어머니가 안쓰럽기도 했지만, 어렸던 나는 매번 원망스러웠다. 고사리를 삶아서 내 통학 자전거에 싣고 음성의 친척집에 내려놓으면 콩나물 파는데 포함해서 팔아주었다. 나는 그 돈을 친구들과 용돈으로 썼다. 40년이 훨씬 지난 일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 온다.

어머님은 고사리가 여기저기 모여 있는 산을 한 계단 두 계단 오를 때면 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가 난다고 했다. 그 때는 나무를 해 땠기 때문에 아카시아 나무를 한참 심던 시절이라 고사리도 산나물도 많았다. 몇 년 전 발매를 하면서 산나물이 다시 생겨나면서 봄이면 많은 사람들이 자주 산에 오르내리곤 한다. 나는 이곳저곳을 지나면서 어머님이 지나갔던 자리를 상상하면서 추억에 젓곤 한다. 이곳에서 우리 어머님은 얼마나 힘이 드셨고 배가 고프셨을까?

가난하고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우리 어머니는 10남매를 낳으셨다. 6.25사변 등 난리를 겪으면서 6명의 자식을 잃어버리고 미쳐 버렸다고 한다. 칠성당에 빌고 빌어 나와 아래로 형제를 두었다. 누나가 하나 살아서 이제 칠순을 한참 넘기고 할머니가 되었다. 우리 삼형제와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의원이고 약국이고 없는 두메산골에서 살다보니 의료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질병에 노출되어 생긴 일이다. 5살까지 살았던 형제가 있었다고 하니 당시 어머니 속이 얼마나 애간장이 녹았는가를 느끼게 된다.

어머님은 강직하고 완고한 분이다. 1978년 난생처음 부모님 곁을 떠나 군대에 가는 나는 눈물이 나왔으나 어머님은 눈물을 보이시지 않았다. “남아 세상에 낳아서 나라에 충성을 다하고 오라”고 하시곤 방으로 들어 가셨다. 둘째 아들이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농사짓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시고, 강의록 공부를 지원해서 검정고시로 대학까지 졸업하고 취업하게 하였고, 막내아들은 새벽밥을 해 먹여 이 십리 떨어진 소이역에서 기차를 따고 증평으로 고등학교 유학을 하게 하였다.

이제 내 나이 환갑을 지나 옛날 우리 아버지가 먹었던 그 나이가 됐다. 환갑에 우리 부모님들은 건강하지 못하여 지팡이를 짚고 다니셨다. 가난한 살림 일으켜 논 8마지기를 장만하시고 손수농사를 지어 자식에게 밥이라도 제대로 먹게 한 것이 그렇게 힘든 삶을 사시게 한 것이다. 당시의 시대가 그랬으니 누구를 원망할 수 있겠는가? 나도 자식에게 원망 듣는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자식이 원하는 삶에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하고자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나중에 어머님에게 죄송하지 않은 자식이, 부모가 되고자.

이제는 숲이 우거지고 어머님의 흔적도 미미해져가는 산자락, 오늘도 어머님이 올랐던 고사리 밭 그 자리에 앉자 남쪽하늘 멀리 떠가는 뭉게구름 사이로 어머님을 본다. 흰 수건 두르시고 보리방아를 찧던 어머님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신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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