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시인
길게 목을 뺀 코스모스
온종일 땡볕에 서 있다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가물다 가물다 노래를 하고
비를 기다리며
가을을 기다리며
오가는 세월만 죽이고 있다
내 안에 올라오는 잡념을 누르고 있다
사제품을 기다리는 어느 부제의 목마름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지 않고
비 오는 대로 젖지 않는다고
숙이는 머리
무너지는 허탈감
공든 탑이 답답해진다
점점 뜨거워지는 날씨
코스모스는
힘이 없다
가뭄에 단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을이 코 앞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