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자 수필가

 
 

여행을 간다. 짙푸른 나뭇잎이 다투어 자리를 넓혀가는 봄날 관광버스를 탔다. 전날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분 한분에게 드릴 떡, 과자, 과일, 음료 등 간식을 봉지에 넉넉하게 샀다. 오늘은 날씨마저 포근하다. 여행은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듯 색다른 나들이다.

마을 청년회에서 주관하고 부녀회에서 후원했다. 우리 마을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떠나는 효도 관광은 올해가 서른 번째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나는 어르신들과 동행하며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히 살피며 돕는 것이 임무다. 3대의 버스는 번호표를 달고 효도 관광이라는 문구를 큼지막하게 정면에 붙였다. 이른 아침 동네사람들의 만남의 장이 펼쳐진다. 배웅 나온 사람들 틈에 아빠를 따라온 어린 손자도 손을 흔든다. 세대 간에 전해지는 따뜻한 마음을 함께 담아 출발했다.

어린이들이 소풍 가는 풍경처럼 정겹다. 하실 말씀은 어찌 그리 많은지 웃음꽃이 핀다. 달리던 버스가 휴게소에 정차하자 회원들은 몸이 불편하신 어른들의 손을 잡고 동행한다. 달리던 버스가 가끔 휴게소에 정차하면 젊은이들은 차를 옮겨 타며 흥을 돋워드리고 필요한 음료를 제공한다. 마을 어르신들의 딸과 아들이 되어 오늘만큼은 함께 즐긴다.

그분들을 보고 있자니 어머님 생전에 효도 관광을 함께 다녀온 것이 생각났다. 집에서는 어렵고 그리도 완고하셨는데 야외로 나와 청년들이 권하는 약주를 한잔한 후의 모습은 소녀 같은 발간 얼굴로 환한 미소를 짓고 하시는 말씀은 어찌나 정감이 가던지 어머님의 또 다른 모습을 뵐 수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 여행은 누구나 열린 마음이 되는 것 같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이다. 우리는 전시된 탱크와 상징탑을 바라보며 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르신들과 전시관을 돌아보며 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관람하시는 어른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6·25 전쟁을 직접 겪었고 어렵고 힘든 시대를 살아온 분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암울했던 당시의 전황을 돌아보고 있는 듯 했다.

이 땅에 이런 비극은 이제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 정전협정을 맺은 지 65년 만에 남과 북에서 서로를 향해 봄바람이 일고 있다. 2018, 2,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의 두 정상이 만났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했다. 우리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을 잠깐 다녀오기도 했다. 역사적인 만남을 의미하는 기념식수를 심었다. 한라산, 백두산의 흙과 한강, 대동강의 물을 나무에 뿌리고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표지석도 세워졌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뵙고 있자니 가슴이 아프다 전년에 뵙던 어르신들 몇 분이 올해는 동행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고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 좋아하시던 약주도, 목청껏 소리 높여 부르던 노래도 못하는 분이 많았다. 종일 어르신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에 눈가가 젖는다. 미래의 우리들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회원들도 같은 심정임을 서로 이야기한다.

이번 효도관광은 어버이를 위한 여행이라기보다 그분들에게 받은 사랑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조국과 가족을 위해 목숨도 아낌없이 내어주셨던 내 부모님들 그 사랑에 힘입어 오늘날 우리가 이 자리에 서 있음을 알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다. 버스는 출발했던 곳을 향하여 묵묵히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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