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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뜰박명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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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25  1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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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라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갔다. 엄마는 환자복을 입고 병상에 계셨다. 독감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치매 증세까지 심하여 며칠간 지켜보자는 의사의 처방으로 입원을 했다. 치매라니 믿기지 않았다.

나는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다. 그 사랑을 내게 듬뿍 주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몸이 아픈 것은 치료하면 낫지만,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평생 상처를 안고 사셨으니 그 상처가 덧날만도 했다. 엄마의 기억력이 까맣게 사라진 것이 일시적으로 나타난 증상이길 간절히 바랐다.

급히 오느라 이불을 준비 못 해 입었던 겉옷을 이불 삼아 간이침대에 누웠다. 엄마 옆이라 그런지 마음은 편했지만, 10월 중순 밤바람은 쌀쌀했다. 밤새 뒤척이며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엄마가 매일 복용하던 약을 가지러 친정집으로 갔다.

집 앞 텃밭에는 주인의 부재를 모르는 듯 배추, 무 등 채소들이 푸른 손을 흔들며 나를 반긴다. 나를 위해 심어놓은 김장거리는 튼실하고 밭고랑은 풀 한포기 없다.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채마 밭이다.

엄마를 처음 만나던 곳도 이곳이었다. 돌 지나 헤어진 엄마가 연락해온 것은 30년이 지난 어느 이른 봄이었다. 뜬눈으로 여러 날 밤을 새우고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엄마의 얼굴을 모르는 나를 위해 큰고모님이 동행해 주었다. 버스는 시골길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덜컹거림 뒤에 뿌연 흙먼지가 복잡한 심경을 대변했다. 주소지가 가까울수록 가슴은 심하게 두근거렸고. 마을 입구에 들어섰다. 저만치 작은 텃밭에서 감자를 심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찾아가는 집의 위치를 물으려 다가갔다. 간격이 좁아질수록 큰고모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서로를 알아본 두 분은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재회에 나는 그 자리에 선 채 굳어버렸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는 나를 향해 엄마가 다가왔다. 낯설고 어색해서일까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내가 엄마가 되던 날 그리도 그리워했던 엄마가 바로 앞에 있는데 선뜻 그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잿빛 하늘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제야 서러움이 밀려왔다. 원망과 그리움이 엉킨 눈물이 쉼 없이 흘렸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일컫는 앙코르와트 바이욘사원에 어머니의 방이 있었다. 돌로 쌓아 올린 단층건물 내부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각도까지 계산하여 벽면 가득 진귀한 보석을 박아놓았다. 작은 트리 모양의 창을 통해 달빛이 스며들면 보석에서 반사되는 아름다움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 불교의 전생과 현생을 믿는 왕은 어머니를 위해 사원을 짓고 즐거움을 드리고자 방을 꾸몄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석조 건물의 외부는 커다란 바냔 나무가 온몸의 정기를 뿌리에 모아 천년 세월 사원을 지켰다. 돌에 틈이 생겨 쓰러질세라 뿌리는 구석구석 빈 곳을 찾아들어 감싸 안고 있었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염려하고 보듬듯 사랑은 시공을 넘어 영원함으로 다가왔다.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이 그곳에 있었다. 이곳을 바라보며 어리석고 철없는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엄마는 약봉지를 들고 병원을 다시 찾은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짓는다. 자식은 마음에 각인된 것일까.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찡해온다. 더 늦기 전에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정성으로 보살펴야한다.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으니 후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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