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강동대 교수, 사회복지행정과)

 
 

지난 8월 17일 국민연금재정계산·제도발전위원회는 국민연금과 관련한 재정추계를 발표하며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한 제도개선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앞서 보도된 국민연금 개혁안은 보험료를 기존 월급의 9%에서 13%로 대폭 인상하고 연금지급개시일도 현행 68세로 늦추는 안이 제시되면서 국민들을 경악케 하였다. 물론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통령까지 나서 보도된 내용을 부인하였지만, 현 국민연금을 대폭 손봐야 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해졌다.

17일 국민연금과 관련한 권고안이 발표되었다. 1안은 현 소득대체율 45%를 유지하면서 2019년부터 보험료율을 9%에서 11%로 인상하고, 장기적으로 보험료율은 12.3%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2안은 당초 계획대로 향후 10년 동안 소득대체율을 단계적으로 40%로 인하하고, 보험료율 역시 점진적으로 13.5%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올라가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 되었다.

국민연금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다. 1988년 처음 도입된 이후 30년의 짧은 역사로 인해 명실상부한 노후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로 자리를 잡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20년 이상 불입한 수급자의 평균 연금수급액이 90만원을 상회하는 것을 보면 노후의 쏠쏠한 안정적 수입원임에 틀림없다.

국민연금이 현 시점에서 개혁되어야 하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저출산·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기존 저부담·고급여 체제를 개선하여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진 상황에서 현재의 국민연금제도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현재 태어난 아이는 국민연금보험료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한 불편한 몇 가지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현 정부가 국민연금과 관련하여 국민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적립금은 약 477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천문학적 자금을 합리·효과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수익률을 높여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을 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에 앞서 몇 가지 의문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기금운영본부장과 산하 팀장들 상당수가 공석으로 비어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기금운영본부장은 1년이 넘도록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과연 책임자도 없는 상황에서 그 기금이 합리적으로 투자될 리 만무하다. 올해 국민연금 수익율은 1%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몇 달 전 유력한 본부장 후보가 현 정부와의 이념적 성향이 맞지 않아 무산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왜 기금운용본부장의 정치적 성향이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현 정부와 정치적 성향이 같으면 수익률이 높다는 것인가?

둘째, 얼마 전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운영과 관련하여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것을 도입한다고 발표하였다. 기관투자자로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과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튜어드십 코드’가 당초 의도와 달리 정치논리를 대변하는 제도로 변질되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재벌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제까지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영은 정치논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무’라는 표현은 정치논리의 교묘한 말장난이며, 운영수익율을 위협하는 최대의 요인이다.

셋째, 국민운용본부의 운용인력의 문제이다. 기금운용본부장과 팀장들이 장기간 공석인 것도 문제이지만, 국토균형발전의 논리에 의해 본부가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능력 있는 인력들이 지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국민연금공단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핵심인력들 수준이 A급은 모두 퇴사하고 C급들만 남았다는 비난한다. 사실을 얼마나 담고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제력이 몰려있는 지역을 떠나 균형발전이라는 정치논리에 의해 외딴 곳으로 이전 한 것은 분명 경쟁력에 있어서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결국, 국민연금 개혁의 출발은 국민연금 운영과 관련한 신뢰감을 확보하는데 있다. 그 출발은 정치로부터 독립하여 철저한 경제논리에 의해 운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국민들도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 현 세대가 주어진 몫을 짊어지는 것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의 복지가 미래의 재앙이 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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