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촌 박영서
때로는 안부가 될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가면
시퍼렇게 살 오른 기억이 거기 있다
지난여름의 수많은 수식어는
폭염과 장마와 태양과의 사투
그러나
한 그루 생명으로 살아남았다는 것
잎도 열매도 부푼 언어로
다음 계절로 이사 가도 질긴 인연될까
한바탕 타오르는
이 계절의 꼭짓점에서
떠질 것 같은 씨방 되어
지난해도 그랬듯이, 달랑
편지 한 장 남긴다
시월의 마지막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