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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장사와 선배김중기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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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4  09: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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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사무실 근처 제과점에서 커피를 마신다.

이것저것 빵 고르는 사람과 차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우리 일행도 자기 취향에 맞는 차를 제각각 택했고 나도 부드럽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커피가 나오는 동안에 제과점을 둘러보았다. 갖가지 빵과 아이스크림, 음료 등이 전시되어 있고 방금 점심을 먹었는데도 빵 냄새가 구수하다. 그중 소보로빵이 눈에 띄었다. 소보로빵을 보니 문득 고등학교 학창시절이 생각났다.

고등학교 2학년 학기 초 어느 날, 미술선생님께서 찾으신다는 전갈이 왔다.

'아니 나를 무슨 일로 찾으실까?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 조바심을 하면서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선생님은 나를 보시더니 반갑게 웃으며 맞이하셨다. 선생님 모습에서 안도를 하며 귀를 쫑끗 했다. 지금 학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학생이 고3이 되어서 그만두게 되었으니 나보고 매점 일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말씀하시는 거였다.

그때는 우리 집 가정형편도 어려웠고 그 일도 봉사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학용품과 빵을 파는 일인데 난생처음 장사라는 것 해 보았다. 사실 매월 내는 육성회비도 면제해준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 그동안 매점을 맡았던 선배가 인수인계를 해주겠다며 읍내에서도 알아주는 중국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난생 처음 간 중국집, 그리고 처음 먹어본 짬뽕, 그것도 곱빼기를 시켜줘서 먹었는데 어찌나 맵던지 눈물과 콧물을 흘리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매점선배는 매일 팔은 학용품과 빵은 수불부에 사실대로 기재하고 잔고를 잘 정리하고 관리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며 일장 훈수를 두었다. 그때 팔았던 소보로빵 이름이 노을였다. 매점선배 훈수 덕분에 잘 적응하며 매점을 운영하였다. 날마다 점심시간만 되면 어찌나 바쁜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문제는 빵을 파는 것이었다. 빵을 팔 때는 봉지 째 그냥 팔면 되는데 꼭 빵 봉지를 뜯어서 팔아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빵 봉지를 뜯지 않고 팔면 봉지가 쓰레기가 되어 학교 곳곳에 날아다녀서 쾌적한 학교환경을 만들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점심시간마다 정신없이 바쁜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다정한 선배는 매점에 들어와 빵 봉지를 뜯어주었다. 그 후로 나는 다소 여유 있는 점심시간을 보냈다. 일손이 모자라 어려움에 처해있는 후배를 도와주려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자원봉사를 하는 선배가 한없이 고마웠다.

1박스에 50개씩 들어있는 빵은 하루에 4박스 200개가 배달되었고, 1박스에 1개씩 4개가 덤으로 나왔다. 나는 그 선배와 같이 덤으로 나온 빵을 점심대용으로 먹기도 했고 집으로 가져가 동생들도 주기도 했다. 가정형편이 우리 집과 별반 없이 어려웠던 선배도 빵 봉지 뜯어준 공으로 덤으로 나온 빵을 먹으면서 허기를 채우며 공부를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유대인 이츠하크 펠레츠의 작품 <세 개의 빵>이 우리에게 주는 지혜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최후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지혜가 있다. 최후까지 포기하지 않을 때 기회의 문이 열린다는 말이 있다. 납득이 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그 원인과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최후의 최후까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길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최후의 것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 개의 빵>은 안이하게 돈을 벌려고 생각하는 자에게는 결코 새로운 가능성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빵이 요기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소중한 지혜를 준다는데 빵장사였던 내가 기분이 좋은 것은 왜일까?

매점을 운영하면서부터 친구들은 내게 빵장사라는 별칭을 붙여주었다. “어이 빵장사? 빵 두 개만 팔아. 빵장사는 빵을 먹어서 배 안고프지?, 빵장사야? 빵 남은 거 있으면 나도 먹자.” 그래도 친구들이 불러주는 빵장사는 싫지가 않았다. 도시락을 못 싸오는 친구나 선후배들에게 내가 파는 빵이 양식이 될 수 있고 봉지를 뜯어주는 좋은 선배가 있었으니까.

40여년이 지난 지금 제과점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그 선배를 생각해본다.

고3때 공무원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고 고등학교 졸업도 하기 전에 발령을 받아 군청소재지에 있는 읍사무소에서 근무하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육군으로 입대를 하였다. 휴가를 나오면 후배 잘 있는지 찾아오던 그 선배. 제대 후 복직하여 광역자치단체인 도청에서 퇴직하기까지 40여 년간을 공직자로 헌신 봉사한 멋진 공직 선배다. 선배는 퇴직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지방선거에 출마하여 지역주민들의 선택을 받아 기초단체장인 군수로 지역의 균형발전과 군민이 행복한 고장 건설을 위하여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고3학년 때 전학생 대표인 연대장으로 간부 활동을 했고, 후배가 운영하는 매점에서 빵 봉지 뜯어주고 봉사활동을 한 것은 리더로서의 자질을 일찍이 닦아온 게 아닌가 싶다.

학창시절 빵으로 맺어진 선후배간의 소중하고 구수한 인연은 영원할 것이며 군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희로애락을 함께하면서 칭송받는 군수로 훗날 기억되길 기대해본다. 빵장사 후배는 성공하는 선배 군수가 되길 응원하고 있는 중이다.

어라! 벌써 소화가 다 되었나 갑자기 소보로빵이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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