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소장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말을 진부한 말처럼 치부하면서 성차별에 관해 낙관적인 견해를 보인다. 물론 여성의 일반적인 지위는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개선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러한 개선은 어디까지나 상대적 의미에서의 개선일뿐 아직도 우리 사회 전반에 남아있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 폭력은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필자는 주로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상담과 지원, 폭력예방교육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상담현장에서 거의 매일 만나게 되는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상황과 입장을 수년간 함께 경험해오면서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그것은 결국 한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그러한 폭력이 용인되어져온 국가와 사회 모두의 중대한 책임이라는 점을 통감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온 미투운동은 올해도 스쿨 미투, 스포츠 미투 등으로 이어지면서 상대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이들을 지지하는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연대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금 우리 사회의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얼마전 충북에서도 여성연대와 충북젠더폭력방지협의회가 주축이 되어 세계여성의날 기념 행사가 있었다. 세계여성의 날인 3월8일은 가슴 아픈 역사적 배경이 깃들어있다.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여성노동자들이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 투표권 등을 요구하며 시작되었고 유엔에서는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하고 3월 8일을 특정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하는 결정서를 채택했다. 이때부터 ‘세계 여성의 날’은 전 세계 여성이 나라와 인종을 뛰어넘어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연대하고 기념하는 날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2018년부터 여성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이 수록된 <양성평등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3월 8일을 여성의 날 , 법정기념일로 그 의미를 함께 하고 있다.

또한 1999년 UN 총회에서는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이 공식 기념일로 인정되어 세계 각국에서는 매년 11월 25일부터 12월10일까지를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로 정해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근절하고 여성 인권을 위한 여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도 가슴 아픈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1981년 11월 25일 도미니카 공화국의 파트리아, 미네르바, 마리아 테레사 세 자매가 독재에 항거하다 곤봉에 맞아 피살된 사건을 계기로 제정되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여성들이 폭력과 차별속에서 희생되었고 누군가의 희생과 용기로 21세기 우리 사회는 이제 여성의 인권에 대한 관심과 폭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물론 인권과 폭력의 문제는 비단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남녀노소, 인종, 국적, 장애유무, 경제적 사회적 차이 등이 차별로 이어지지 않고 존중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와 정책 등 국가차원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사회구성원간의 배려와 존중은 우리 사회가 공감과 상생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첫 걸음이며 그 수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인, 바로 나로부터 시작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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