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자

땅거미에 이끌린 시간이 한발씩 어두워지고 있다

다가설수록 무거워지는 걸음 앞에

길가 가로수도 허리를 꺾고

지상의 모든 황홀한 빛남도 엎드린다

낮게 낮아야 일어나는 것임을 안다

이제, 내 안에 품었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리라 마음먹었다

너에게 보낸 나의 마음

밤하늘 먹지 위에 나는 환자가 되어

어제의 늦은 울음을 한 아름씩

산등성 위에 뿌리고 있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너에 대한 마디마디 다 꺾여

아픔은 옹이가 되고

그 상처는 세월 속에 박히겠지

살얼음처럼 투명하게 번져지는 밤하늘

어둠 속에서

너에게 겉봉을 접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그대로 있다

나는 또 다른 나를 버리고

시간은 나를 끌어안는다

너에 대한 마음

그 마음 열지 못할 꿈은 터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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