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소장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

 
 

여성가족부는 최근 서울시 금천구에서 발생한 아이돌보미에 의한 아동 학대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유사사례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아동학대 사건들은 너무나 안타깝고 충격적이다.

아이들을 돌보고 지켜주어야 하는 주변 성인들이나 부모들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가장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가정에서 아동학대의 80% 이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더욱 놀랍고 안타깝다. 물론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 자식이라 하더라도 부모의 기대와는 다를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낳은 아이라도 나와는 다른 성향과 기질을 타고 났으며 원하는 욕구와 하고 싶은 것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는 또 다른 인격체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자신의 분신이며 동일한 존재로 인식한다. 더 나아가 부모의 소유물로 여겨 통제하고 소유하려한다. 그런 마음은 결국 내 뜻대로 아이가 따르지 않을 경우 교육과 훈육 차원이라는 미명 아래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정당화하며 행사하기도 한다. 자녀를 학대,방임,심지어는 사망에 까지 이르게 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올해도 어린이날을 맞아 아동학대 통계가 공개됐다. 지난 한해만도 3만6392건의 신고가 접수되었고 이중 2만4433건이 아동학대로 판정되었다. 5년 전에 비하면 2.4배 늘어난 수치며 지난 5년간 134명의 아동이 학대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사실 수치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한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피해가 있었을 것이다. 아동학대의 발생 요인은 준비되지 못한 부모의 역할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정폭력 ,사회적 고립, 빈곤, 실직, 폭력과 체벌에 여전히 관용적인 사회 문화적 인식 등도 아동학대의 발생을 지속시키고 있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동학대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그에 따른 예방과 대책 또한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어야만 한다.

한 아이가 사회 속에서 가치 있고 바람직한 존재로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은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지만 부모뿐만 아니라 학교와 지역 사회 어른들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안전과 생명권에 관한 문제만큼은 개인의 가정사가 아닌 국가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신속한 개입과 조치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학대 재범률이 지난해 10%를 넘었다는 점은 현재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법과 제도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여 무엇보다도 피해자 보호와 인권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아동학대 역시 잘 드러나지 않는 폭력이다. 따라서 주변인의 관심과 신고가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지켜주는 일은 이웃과 사회구성원 모두의 책임임을 다시 한번 더 깊이 인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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