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교수 강동대, 사회복지과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초기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던 미·중 무역갈등은 이제는 총성 없는 사실상의 전쟁상태로 여겨질 만큼 날로 심각함이 더하고 있다. 두 말 할 필요없는 전통적 동맹국인 미국과 제1의 무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선택이 강요되고 있다. 미국은 대중국 경제전쟁에 동참할 것을 강요하고 있고, 중국은 제2의 사드사태를 경고하며 미국의 경제제재에 동참하지 말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사실상 트럼트가 공화당 후보로 부상한 2015년부터 그 불씨가 싹트기 시작했다. 트럼트와 그 측근들은 반중·친대만 입장을 견지하였다. 이들의 논리는 ‘대만은 미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국가인 반면, 중국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대만은 미국의 친구인 반면, 중국은 적국(敵國)’이라는 것이다. 작년 연말 미국 허드슨 연구소라는 곳에서 펜스 부통령의 연설을 보면 중국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의 패악은 과거 소련이 저지른 해악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라고 지칭할 정도로 중국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사실 중국이 그동안 걸어왔던 길은 자본주의체제에서 국가들이 걸어왔던 길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 왔다. 일반적으로 저개발국가에서는 독재정치가 횡행한다. 국민의 생활수준과 교육수준 등 민도가 낮기 때문에 민주주의라는 고도의 정치체제를 운영할 성숙된 여건이 부족하다. 우리 역시 과거 4.19혁명 직후 외국인들에 의해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성공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과 같다’는 조롱을 받은 적도 있다. 특히 이들 후진국에서는 군부쿠데타가 성행하는데 이는 이들 군부가 민간부문보다 국가경영에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과 함께 민간영역이 점차 활성·성장하기 시작한다. 어느 시점이 되면 급기야 민간영역이 군부통치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을 만큼 확대되고, 그 시점에서 국민의 독재에 대한 전면적 저항이 나타나고, 민주주의 정치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이 국가발전의 일반적 형태이다.

우리의 정치체제 발전은 이러한 궤도를 정확히 발맞추어왔다. 5.16군사쿠데타 당시 가장 선진조직체제였던 군부에 의해 무능·비효율(?)의 제2공화국이 전복되고, 군출신을 주축으로 하는 제3공화국이 집권 이후 성공적인 산업화의 길을 걸어왔다. 이후 중진국 진입의 상징과도 같은 올림픽게임을 앞둔 1987년 직선제 개헌을 통해 민주주의 정치체제로 전환되었다. 이로서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 모두 성공한 국가로 기록되게 된 것이다.

반면 중국은 1970년대 미국과 수교 이후 공산당 일당독재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체제로 편입된다. 정치와 경제의 이원체제가 형성된다. 등소평의 개혁개방과 함께 많은 서구선진국들의 투자에 힘입어 고도 경제성장을 구가하여왔다. 이 와중에서 거대 중국시장을 무기로 외국 진출기업에 기술이전 강요, 특허기술 침해 등의 불공정 무역이 횡행하였다. 중국은 ‘짝퉁’의 천국이 되었다. 이와 같은 국제관행의 무시행태에 대해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의 발전과정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거니 하며 눈감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1세기로 진입하며 미국 다음의 제2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공정 무역관행을 고집하는 것은 물론 커진 경제력을 중심으로 국내·외 퇴행적 모습을 본격화 하였다. 대외적으로는 1,000여년 전 기록을 근거로 남중국해가 자신의 영해라고 주장하며 산호초를 메워 인공섬과 군사기지를 만들고,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방위무기인 사드배치를 반대한다는 명목으로 우리에게 경제제재를 취하는 한편 민간기업에 가혹한 경제보복을 취하였다. 대내적으로는 전국민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망을 건설하고, 수백만의 위구르인들을 정당한 사유 없이 감옥에 가두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인권탄압을 가하고 있다. 5G관련 논란이 있는 중국기업은 바로 인권탄압 장비의 첨병역할을 수행하여왔다. 한마디로 경제성장과 함께 민간의 자율성으로서 자유와 인권이 강화된 것이 아니라, 그들은 오히려 이를 억압하고 탄압하는 도구로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21세기형 제국주의로서 중화주의를 부활하려 한다.

바로 현재의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한 무역적자에 의한 갈등이 아니라 중국의 전체주의 독재와 반문명적 국제정치질서의 도전에 대한 응징이라는 차원에서 해석될 때 그 본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선택은 두말할 필요없이 자유와 인권 그리고 번영을 궁극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선택이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과거 조선 사대정신의 상징과도 같은 ‘만절필동(萬折必東)’을 외칠 때가 아니라 일본이 아닌 중국으로부터 독립의 염원을 담은 서대문 밖 독립문이 왜 세워졌는지를 되살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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