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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한마당박명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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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27  13: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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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에는 품바축제가 한창이다. 다양한 공연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며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은 품바타령의 가락에 몸을 맡기고 신명 나게 즐기고 있다. 사랑과 배려 나눔의 마당에는 찌그러진 깡통과 벙거지를 쓴 거지들이 떼를 지어 다닌다.

이번 축제에는 관광객의 편의를 돕고 불편함을 살피는 봉사자만도 2,000여명 투입되었다고 한다. 나도 축제장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손길이 필요한 곳의 일손을 돕고 있다.

20회를 맞은 품바축제는 올해 성년이 되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00년도에 태어난 스무 살 남녀 커플들에게 금가락지를 주는 이벤트가 있는 날이다. 커플들은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고 그들로 인해 축제장은 더욱 활기가 넘쳤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중년 부부가 품바 의상체험관으로 들어왔다. 이것저것 뒤적이더니 허름한 옷을 골라 바꿔 입고, 얼굴에 분장을 하니 영락없는 거지꼴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헤지고 찢어진 누더기 복장과 구멍 뚫린 밀짚모자를 쓰고 깡통을 두드리며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축제장을 누빈다. 거울을 통해 바라본 자신들의 모습이 신기한 듯 연신 사진을 찍기도 하고, 누가 더 품바를 닮았는지 겨루기도 한다. 축제를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편한 복장에 체면도 격식도 필요 없다. 가장 많이 망가져야 제멋이 난다. 가슴에 사랑만 가득 담으면 준비 완료다. 축제장에서 처음 만난 이들도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맡기며 십년지기처럼 소통한다. 웃음꽃이 이곳저곳에서 피고 있다.

몸이 많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버스에서 내리자, 학생들과 봉사자들은 휠체어를 준비하여 그분들을 맞이한다. 휠체어 손잡이를 뒤에서 밀며 축제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뒤이어 흰지팡이 봉사대가 앞을 볼 수 없는 분들의 손을 꼭 잡고 이동하고 있다. 이번 축제 마당에는 독거노인, 노숙인, 장애인 등을 초대했다. 그런가 하면 외국인 노동자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사랑과 배려가 곳곳에 머물고 그 향기가 진하다. 전국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사랑의 동행은 바라보는 이의 가슴에 뭉클함이 일렁인다.

품바축제의 발단은 성자 최귀동 할아버지와 오웅진 신부님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그분들의 만남은 꽃동네를 설립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이다.’라고 하시던 할아버지는 그들을 위해 한 그루의 사랑 나무를 심었다. 앉은뱅이나 병든 이들이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그들을 할아버지는 움막으로 데려왔다. 그리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집집이 다니며 얻은 동냥으로 그들을 먹이고 입히며 함께 생활했다. 가슴으로 품은 자식과 형제들을 위해 아낌없이 주며 40년이 넘는 세월 나무는 여전히 자라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사후에 안구를 기증한다는 유서를 남겨 놓고, 19901인명은 하늘에 달렸어.’ 이 한마디 남기고 조용히 소천 하셨다. 마지막 남은 하나까지 모두 주고 간 사랑에 27세의 젊은 청년이 세상을 보게 되었다.

품바의 유래는 분명하진 않지만,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한 배제와 고구려 지배계층 일부가 비록 나라가 망하여 천한 삶을 살고 있지만, 자신들이 깨우친 우주 자연의 이치를 널리 알리고 민족의 정신과 얼을 부흥시키려는 민중운동의 일환이었다 한다. 그들은 떠도는 나그네가 되어 거지로 변장하거나 정신병자로 위장하여 걸인 행각을 했다. 풍자와 해학으로 비애와 응어리진 한을 바탕에 둔 품바타령은 민초들의 애환과 시대의 설음을 대변했던 것이다. 품바의 다른 말은 각설이(覺說理)로 깨달음을 전하는 말로서 이치를 알리는 뜻이며, 품바의 품()은 주다, 받다. 사랑을 베푼 자만이 희망을 가진다. 라는 함축의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현대인의 오늘은 물질은 풍족하게 넘쳐나지만, 마음은 더욱 빈곤하고 황폐해 지고 있다. 우리라는 울타리는 사라진 지 오래고, 이기적 개인주의로 치닫고 있다. 혼밥 혼술 이라는 신종어가 생겨나고 타인을 믿지 못하는 각박한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이번 축제를 통해 많은 이들이 작게나마 사랑과 나눔을 가슴에 채울 수 있는 축제장이 되었으면 한다.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는 오늘도 자라고 있다. 무성한 숲을 이룬 큰 나무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힘겹고 지친 이들이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공간, 이곳에서 세상으로 나갈 용기를 얻는 이들이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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