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영 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요즈음 매스컴이나 각종 신문에 불신의 온갖 뉴스가 판을 친다. 정치권이 으뜸이요, 경제계, 공무원, 종교계까지 믿을 수 없는 불신의 비리가 난무한다. 거기다가 이젠 교육계까지 각종 비리와 불신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사회로부터 존경받아야 할 교육자들이 극히 일부이긴 하나 물의를 일으킨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어쩌다 이지경이 되고 만 것일까? 우선 책임은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오늘날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인성교육을 하고 있으나 효과가 없는 듯하다. 지식으로 알고는 있으나 행하지 않으니 차라리 모르는 편이 더 낳지 않을까?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인성교육, 도덕교육을 하고 있으나 교육방법에 문제점이 적잖은 듯하다.

인성은 하루아침에 습득될 수 있는 지식과 다르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성교육의 덕목중 믿음에 관한 덕목을 지속적으로 가르쳐야 된다. 신의(信疑, Fidelity)란 무엇인가? 신의가 믿음을 심는 일이라면 신뢰(信賴, Trust)는 그 결과로서 서로 믿을 수 있는 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각자가 신의를 쌓아가는 가운데 상호간에 신뢰관계가 형성되며 그러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신뢰사회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신의와 신뢰는 서로 표리의 관계에 있는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덕목에 공통된 것은 바로 믿음인 것이다. 신의는 사람이나 대상에 대해 진실한 것을 말한다. 어떤 일이 있든 자신이 중요하다고 믿는 것을 끝까지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신의는 시간의 시험대를 굳건히 헤쳐 나가는 것이다. 신의는 일단 어떤 길에 들어서면 어떠한 난관이나 유혹이 와도 그 길을 고수하는 것이다. 신의는 거센 물살 한 가운데 버티고 있는 바위와도 같다. 그것은 우리가 믿는 바가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알고 실천하는데서 나온다.

신의가 있으면 믿고 의지할 수가 있다. 신의는 자신의 믿음과 원칙에 충실하고 그것을 지키는 일이다. 그것이 신의든, 정직이든, 우정이든 또 다른 가치이건 간에 말이다. 신의는 기본을 지키고 원칙에 따라 사는 것을 말한다. 신의가 없으면 이 말했다 저 말했다 할 수가 있다. 하루는 이것을 믿고 다음날은 또 다른 것을 믿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신의가 없는 사람이 무엇을 믿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 어쩌면 그들 스스로도 자신을 알 수 없을지 모른다. 약속을 하고도 상황이 바뀌면 밥 먹듯 어길 수 있다. 신의가 없는 사람은 배신할 가능성이 크다. 신의가 있는 사람은 한번 친구이면 영원히 친구로, 한번 인연을 맺으면 영원히 좋은 인연으로 남는다. 왜 신의가 필요할까? 믿음이 없다면 모든 것을 일일이 우리 스스로 확인해야 하며 직접 통제할 수밖에 없다. 믿음이 없다면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으며 매사를 염려해야 할 것이다. 태양이 내일 아침에 뜨리라는 믿음이 없다면, 이같이 일일이 믿지 못하고 근심해야 한다면 어찌 밤에 잠인들 편히 잘 수 있을 것인가.

타인을 믿음으로써 우리는 자유롭게 우리가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할 수가 있다. 믿음으로 인해 우리는 남들을 염려하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자신에 대해 믿음을 갖는 것도 성장을 위한 전제가 된다. 자신을 믿지 못한다면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대신 행여 과오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이 그칠 날이 없을 것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용맹정진하는 가운데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으며 자기실현의 길도 열리게 된다.

신의가 없다면 합의나 약속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신의가 없으면 약속을 지키리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신의 없는 사람은 믿을 수가 없다. 서로 신의를 지킬 경우 약속이 지켜지리라는 확신아래 마음을 놓을 수 있다. 신의가 있을 경우 진실을 말하고 본분을 지키며 최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신의는 결혼이나 성과 관련해서도 소중한 가치를 갖는다.

이 경우 신의는 정조와 순결을 지키는 것과 관련된다. 그러면 어떻게 신의를 익힐 것인가가 문제이다. 우선 우리 교육자들과 부모들이 분명하고 알아볼 수 있게 신의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어른들이 신의라는 덕목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학생들, 자녀들이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신의를 지킨다는 것은 약속한 것을 지킨다는 뜻이다. 우선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말한 것은 반드시 행해야 한다. 실천할 수 없는 일을 미리 떠벌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인간관계에 있어 신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진실해야 한다. 그의 등 뒤에서 험담해서는 안 된다.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면 상대방을 직접 찾아가 조용히 사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새 친구가 생겼다고 오랜 친구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서로 신뢰하는 사람들 사이에 그것을 지켜가는 일도 쉽지는 않지만 아직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사람들 간에 신뢰를 쌓기는 더욱 어렵다. 이때 그 누군가 다소간 손해를 각오하고 먼저 신뢰를 주는 행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상대방도 우리를 믿고 신뢰를 보낼 것이다. 신뢰하는 관계는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치는 가운데 신뢰가 쌓여감으로써 비로소 모든 인관관계도 공고해질 것이다. 신뢰는 자본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을 중심으로 생산이 이루어지고 소유관계가 결정이 되는 사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금전적 자본도 중요하지만 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본도 매우 중요하다. 신뢰는 원칙이다. 신뢰는 그 자체가 원칙, 규칙, 근본 그리고 질서다. 또한 신뢰는 힘이다. 힘은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기본적인 요소다. 힘이 없으면 모든 존재들은 존재하기 힘들 듯이. 이제 선진사회로 진입하려는 우리들에게는 신뢰라는 힘이 필요하다. 신뢰는 자본이고 원칙이고 힘이다. 신뢰의 회복 없이 우리 사회는 밝은 미래가 없다. 이제는 각종 매스컴에서 날마다 살맛나는 소식만 들려오는 믿음이 충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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