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꿈드림)장

 
 

올 추석은 예년에 비해 9월중순으로 앞당겨졌다. 산에는 벌써부터 예초기 소리가 요란하다. 조상의 묘에 잡초를 제거하기위한 벌초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일요일 필자도 가족과 함께 벌초를 하기위해 수정산 기슭에 올랐다. 산길의 흔적은 있지만 잡초가 우겨지면서 잡초를 제거하면서 가지 않으면 안될정도로 산행이 어려운 지경이다.

가장 큰 장애물이 칡덩쿨이다. 칡덩쿨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나무를 고사직전으로 몰고 가고 있다. 산길을 가로막을정도로 우겨진 칡덩쿨을 낫으로 처내고 예초기로 자르면서 조상의 묘에 당도하지만 묘소 주변으로도 칡넝쿨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칡넝쿨도 적당하게 자랄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미치자 갈등이란 단어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자연스런 현상에도 갈등이 존재하지만 인간사에도 얼마나 많은 갈등이 존재할까, 원래 갈등이란 칡을 뜻하는 갈(葛)과 등나무를 뜻하는 등(藤)에서 유래됐다.
두 나무가 모두 줄기가 뻗어 나가는 덩굴나무인데 칡나무는 올라갈때 위에서 보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며 자라고 등나무는 올라갈때 위에서 보면 시계방향으로 돌며 자란다. 서로 자라는 방향이 다르다. 그래서 칡나무와 등나무를 한자리에 심어놓으면 서로 계속 갈등하게 된다. 심하게 엉키고 꼬이면 결국에는 풀수 없게 된다.
갈등의 근원은 서로 가는 방향이 틀리기 때문에 발생한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세상도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지는 사이의 존재이다. 개별적 객체인 사람으로서 살아갈때는 갈등이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으로 살아갈때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추구하기 때문에 갈등이 존재한다. 사람으로 살아가는 세계에는 자신의 행복만 추구하면 되지만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조화와 질서속에서 통제와 억압을 수용하면서 함께하는 행복을 추구해야만 한다. 인간으로서 자아실현을 추구한다는 것은 삶의 의미와 인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갈등은 자신이 추구하는 의미와 가치의 기준에 위배될때 발생하게 된다. 갈등은 자신의 생각기준을 바탕으로 다름을 틀리다고 인식하는 순간 발생하게된다. 인간은 누누나 갈등을 안고 산다. 갈등없이 사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인간사에서 갈등은 지극히 보편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다만 갈등의 씨앗을 자신의 생각기준으로만 끌고가게되면 소통하고 화해할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갈등은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부부간의 갈등,상하관계에서 오는 조직간의 갈등 수많은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갈등을 해소하고 해결한다고 하지만 갈등은 해결의 대상이 아니다. 갈등은 인간사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결이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일뿐이다.

갈등이 적정하게 관리된다면 가족구성원이나 조직의 구성원들간의 다양한 관점을 표출하여 건설적인 대안이 제시되어 한층 성숙한 발전을 도모할수 있게되는 기폭제가 될수 있다. 갈등의 관리는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모두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다름을 인정해보는 습관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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