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종 렬 (청룡초등학교 교장)

교육이란 거름을 주고 벌레 잡아 스스로 거목으로 자라게 하는 것

가을을 시샘하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교장실 어항안 금붕어들의 율동이 자유로움으로 와 닿는다. 무엇이 그리도 좋을까? 꼬리를 살랑거리며 부산스럽다. 마치 새학기 첫날이라 시끌대다 돌아간 우리 학교 아이들처럼.

교직 34년 6개월만에 교장으로 승진, 교육감께서 대통령 명의의 발령장을 전수하시며 간곡히 당부하신 학교를 「아름다운 만남·행복한 일터」로 만들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당당한 교장이 되라.」는 말씀을 가슴속 깊이 아로새기고 부임하니 나를 기다리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한 80명(유치원 포함)의 귀여운 아이들!

금붕어들처럼 예쁜 색을 가진 그들. 온종일 우리 학교 교실과 복도, 운동장 그리고 선생님들 마음속에서 자유롭게 부산대고 돌아간 걸까?

나는 아이들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리라. 그들의 모든 행동을 통해 자유가 얼마나 편리하고 중요한 것인지 느끼게 해 주고 싶다.

허용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에게서는 소심증으로 두근거리며 발표하기를 곤혹스러워하는 모습 같은 건 찾아 볼 수 없다. 관용 속에서 키운 아이는 창의성을 알게 되고 격려 받으며 자란 아이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칭찬 들으며 자란 아이는 감사할 줄 알게 되고 공정한 대접 속에 자란 아이는 올바르게 판단할 줄 알게 된다.

지나치게 강요하고 관리하여 조그만 원 속에 넣어두면 아이는 그 원만큼 자란다. 반대로 보다 크게 바라보기 위해 큰 원을 그려주면 그 속에서 활달하게 성장해 나간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하는 로봇이 아니다. 무조건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 아이들도 마음놓고 뛰어 놀고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교육의 기본자세는 기다림이다. 모두 조급해 말고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바라보자. 그리고 아이들이 그 긴 터널을 빠져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자. 100점만을 강요하지 말고 아이들 스스로가 문제를 찾고 해결하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자.

교육이란 어린 나뭇가지를 전지가위로 마구 잘라 아름답게 만들고 가꾸는 것이 아니라 거름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어 자유롭게 가지를 뻗으며 스스로 거목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부산스럽고 명랑한 우리 학교 아이들. 스스로 거목으로 자라 먼 훗날 나를 반겨 주겠지.

자유의 편리함을 아는 우리 학교 아이들은 부딪침 없이 쉴새없이 살랑거리는 금붕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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