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종 렬 전 음성교육장

 
 

일류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의 학생이 부모가 많은 재산을 남겨줄 것과 60대까지만 살다가 죽기를 바란다고 답했다는 보도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를 살해하고, 살해 현장을 빠져나가는 아들에게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도 피 묻은 옷을 갈아입고 가라고 말한 어머니의 마지막 말은 참담하기 이를 데가 없다.

자식을 귀하게 여긴다면 먼저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어야 한다. 자식을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우지 말고 강하게 키우되 인성교육을 잘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자식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선인장에 대해서 깊이 연구한 바아 뱅크라는 미국의 유명한 식물학자가 있다. 선인장은 습기가 적은 모래밭에서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사막 같은데서 잘 자란다. 또 짐승들이 식물을 뜯어먹는 위험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 왜냐하면 자기를 보호하는 많은 가시가 있기 때문이다. 선인장을 한 토막 잘라내어 땅에 심어보면 쉽게 뿌리를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바아 뱅크는 선인장을 아주 색다른 환경으로 옮겨 심는 실험을 했다. 따스한 햇살이 비취는 곳에, 집어삼키는 어떤 맹수도 없는 곳에, 습기가 적절하게 잘 조정되는 곳에서 선인장을 키워 보았다.

그가 16년 동안 선인장을 실험한 결과 좋은 환경에서 자란 선인장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아니라 비로드처럼 부드러운 수염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가시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연적으로 생긴 자기보호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자녀들을 가시가 달린 선인장처럼 키워야 한다. 보들보들한 수염에 싸여 자라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자녀가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부모는 자녀를 강하게 키워야 한다. 세상은 온실이 아니고, 생각보다 거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상에 적응하고 성장하는데 성공하려면 강해야 한다.

물론 자녀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칭찬은 필요하다. 하지만 열 번에 한번 정도는 비판도 정당하게 부모로부터 받고 자라게 하여야 한다. 잘못을 눈감아주고 온정적으로만 아이들을 키워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자녀들은 온실 속의 약한 꽃으로 자라게 된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들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 아이들이 먼 훗날 거친 비바람 몰아치는 세상에 나가 견디고 참아낼 수 있어야 한다.

한 세대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세상 어려운줄 모르고 흥청망청 돈을 써대던 서울의 대학생 아들에게 시골 사는 아버지가 사람 만들어 보겠다며 꼬박꼬박 부쳐주던 용돈을 끊어버렸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전보를 쳤다.
"당신아들 굶어 죽음" 아버지의 답전은 이랬다. "그래. 굶어 죽어라."
분노한 아들은 아버지와 인연을 끊었다. 연락도 끊었다. 아들은 이를 악물고 일을 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돈을 벌었다. 아들은 그제서야 "굶어 죽으라"는 아버지의 전보가 자기인생의 전환점이 됐음을 깨닫는다. 그해 추석을 맞아 아들은 고향집을 찾았으나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유서 한 장이 있었다.
“아들아, 너를 기다리다 먼저 간다. 너를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네가 소식을 끊은 뒤 하루도 고통스럽지 않은 날이 없었다. 내가 보낸 전보는 네 인생의 분발을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너를 사랑한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무분별한 사랑과 지나친 과잉보호로 자녀들을 망치는 부모들이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자녀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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