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꿈드림 센터장

 
 

가을 단풍이 곱다. 계절은 어김없이 자연을 다양한 색채로 물들인다.

울긋불긋한 잎새들이 바람에 하나둘 떨어져 거리에 뒹군다.

바람에 떨어지는 잎새를 보면서 삶에 대한 성찰도 하게 된다.

발길에 채이는 것이 잎새라고 하지만 봄에 눈을 틔워 곱디고운 색깔로 만들어가기까지 과정은 태풍과 벼락 등을 동반한 순탄치 않은 과정일 것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게 되면 자연의 일부분들이 사랑스럽다.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하잖은 것도 자연 속에서는 소중한 것 들이다.

담벼락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도, 해질 무렵 곱게 물들어가는 노을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다만 우리가 바쁘다는 핑계로 보지 않을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문명이 주는 혜택에 너무 익숙해져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사는지도 모른다.

접속의 과잉시대에 발을 담그고 서있는 모습을 보곤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스마트폰의 문자를 확인하고 연실 문자를 주고받으며 일상을 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일상이 자연스런 습관으로 굳어져 이런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조차가 부담스러운 것은 아닌지? 스마트폰에 길들여지면서 사람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어색해져 가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기도 한다.

이 가을 !

잠시 스마트폰을 뒤로하고 바람에 나부끼는 잎새를 바라보면서 시심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는지? 가을이 가기 전에 스마트폰에 익숙한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가을의 정취를 한번 만끽해 보자는 취지에서 반기문백일장 참여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더니 “너도 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하자 조금씩 관심을 보였다.

글을 잘 쓰고 안 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진정성 있게 표현을 잘 하느냐가 중요하니까 자신들의 일상을 써보기로 하자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래도 반기문백일장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전국의 예비문사가 참여하는 자리니만큼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우선 우리들의 마음속 편견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일장이 시험보는 것 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청소년 시절의 추억을 만들러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멋지게 한번 마음속 응어리를 표현해보자고 설득했다.

이런 설득 끝에 소수의 몇몇 청소년들이 참여하게 됐다.

백일장을 마친 청소년들의 얼굴은 밝아졌다. 장벽이라고 생각한 것에 대해 주의집중을 기울여 최선을 다했다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며칠후 발표된 심사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을 하게 되자 자신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뿌듯한 감회를 감추지 못했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벽이라고 여겼던 탓에 본인들 자신마저도 놀라는 눈치였다.

“제가 입상한 게 맞아요”

오죽하면 입상자 명단에 이름이 명기돼 있는데도 다시금 물어본다. 어안이 벙벙한채 물어보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사랑스럽다. 길이 없으면 찾고 그래도 없으면 만들면 된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만으로도 인생은 달라진다. 자아 형성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파란 가을 하늘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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