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산’(普賢山.487m)

보현산 전경.
보현산 전경.

“계단을 내려가면 붉가시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빽빽하게 하늘을 뒤덮은 숲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온다. 햇살을 받은 동백나무 잎이 반짝거린다. 찬란한 숲이다. 임도를 건너 다시 울창한 숲으로 들어간다. 바람도 숲에서 머물다 떠난다. 숲은 우리의 소중한 재산이요 생명의 원천인 것이다. 산행이 즐거운 것은 숲이 있기 때문이다. 숲이 없는 산이란 상상할 수 없고, 만약 그런 산이 있다한들 누가 찾아가겠는가. 이런 난대상록활엽수들이 사는 숲길이 처음이니 마치 미지의 동굴에 들어온 느낌이다.” --신동준, <산마루에 서면 한그루 나무가 된다>에서 일부 인용--

메마른 낙엽들이 뒹굴고 있다. 산길엔 벌써 발목까지 수북하게 낙엽들이 쌓였다. 11월 말, 오후 햇살은 체온이 식어간다. 기자는 지인과 함께 ‘보현산’(普賢山.487m)을 오른다.

이번 호엔 보현산을 소개하려고 한다. 기자와 함께 보현산을 오르며, 독자들이 여유를 갖고, 건강한 겨울을 맞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큰말재 정상에서 임도 시작 지점 소나무와 안내판 모습.
▲큰말재 정상에서 임도 시작 지점 소나무와 안내판 모습.

■소소하지만 많은 매력을 품고 있는 산

보현산은 음성읍 감우리와 동음리 경계에 있다. 보현산은 옛적에 성주사(聖住寺)라는 절이 있었기 때문에, 일명 ‘성주산’이라고도 한다. 주민들은 마을 지명을 따라 ‘만생산’(萬生山), 또는 ‘마당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보현산은 한남금북정맥 음성군 구간 일부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소속리산과 비교하면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음성군민 중에도 보현산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들도 종종 만난다. 그들은 보현산을 원남 반기문 생가 위에 있는 큰산, 즉 보덕산과 혼동한다. 하지만 보현산은 무심히 지나치기에는 소소하지만 많은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보현산에서 시작된 능선은 ‘승주골’을 만든다. 또 보현산에는 충청권 젖줄인 금강 발원지가 있다. 이렇게 시작된 금강 줄기는 약 3km 계곡을 흘러 동음천에 합류해 서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초천-동음간 임도 위에 설치된 만생쉼터 소개비와 정자,  운동기구 모습.
▲초천-동음간 임도 위에 설치된 만생쉼터 소개비와 정자,  운동기구 모습.

■ 큰말재-동음리, 여유있게 정담 나누며 산책을

보현산 등산코스는 두 개로 나눈다.

먼저, 기자는 ‘큰말재 정상’에서 시작해 ‘보현산신제당’까지 정비된 산림도로를 소개한다. 음성읍에서 금왕읍쪽으로 37번 국도를 따라 6km 정도를 가면 ‘소여2리 버스정류장’이 있다. 여기서 초천리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큰말 마을이다. 구불구불 마을 길을 지난다. 가다 보니 ‘통미’라는 비석을 대문앞에 세운 집이 인상적이다. 주인은 몇 년 전 귀촌해, 시집도 출간한 것으로 기억한다.

소여2리-초천리를 잇는 큰말재를 오른다. 큰말재 정상엔 꽤 오래된 소나무가 멋을 부리며 산길을 안내한다. 산길위엔 햇살이 쏟아진다. 보현산 등산로가 본격 시작된다. 초전리-동음리 구간, 한적한 길, 낙엽을 밟으며 걷는다. 약 100여m 걸으면 ‘만생(萬生)쉼터’를 만난다. 그 옆에 간단한 운동기구와 색이 바래지는 ‘쉼터 소재지 유래비’가 있다. 계속 임도를 따라 15분 정도 걸으니, 길 옆으로 전망이 탁 트인다. 길가엔 낮은 의자가 설치돼 있다. 가까이 소여리와 음성읍 정경이 눈에 잡힐 듯 펼쳐진다. 잠시 숨을 돌리며 풍경을 감상한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10여분 산길을 올라가면 보현산 약수터다. 약수터엔 약수시설과 정자, 화장실, 그리고 운동기구 등이 설치돼 있다. 약수터에서 임도를 따라 오르니 30m 앞, 산기슭에 지명 유래비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50m를 더 오르니, 임도 정상이다.

걸어보니 이 임도는 등산로보다는 산책로로 적당한 거 같다. 가족이나 연인, 동호회원들이 여유있게 정담을 나누며 걷기에 좋을 듯 싶다.

▲보현산 정상 모습.(사진 인물은 기자와 함께 등반한 주음성교회 김주진 목사)
▲보현산 정상 모습.(사진 인물은 기자와 함께 등반한 주음성교회 김주진 목사)

■정상 표지석 없네, 전망대 등 있었으면....

임도 정상에 세워진 이정표[코스카CC 1.5km, 큰산 정상 8.5km, 큰말 마을 1.0km, 보현산 정상 1.0km]가 본격 산행을 예고한다. 북쪽 5m 지점에 ‘보현산신제당’ 키를 낮춘 비석이 보인다. 예전부터 마을주민들이 산신제를 지낸 곳으로 짐작된다. 50여m를 오르자 조금 평평한 터가 나온다. 벤치 2개와 이정표[금강원천 약수터 500m, 반기문생가, 돌고개, 보현산약수터 100m, 소속리산]가 있다. 이정표는 보현산이 큰산-소속리산 구간 한남금북정맥 줄기임을 가르쳐준다. 산길이 갑자기 가파라졌다. 참나무류와 소나무숲 등산로를 오르니 숨 가빠지고, 땀이 흐른다. 이렇게 7분여를 올라가니 평탄한 너럭터다. 또 3분 후에 380고지 봉우리 정상 도착. 벤치 2개가 있다. 계속 정상을 향해 능선을 따라 걷는다. 3분 후, 국가지점번호[라바 1191 8306]판을 지난다. 완만한 능선, 상수리나무에서 떨어진 떡갈잎사귀가 쌓여 등산로가 푹신하다. 그렇게 약 10분 정도 걸으니, 산불감시초소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보현산 정상(487m). 정상엔 산불감시초소와 ‘한남금북정맥 마을이야기’(음성읍 감우리) 표지판이 보인다. 동쪽으로 부용산과 가섭산이 손에 잡힐 듯 하다. 가장자리로 소나무 가지에는 산악회원들이 주렁주렁 매달아놓은 리본들이 흔들린다. 그런데 눈을 씻고 봐도 보현산 정상 표지석이 안보인다. 표지석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 산불감시초소 대신 정자 같은 쉼터와 전망시설이 있었으면 좋을 듯 하다. 사방을 조망할 수 있도록 간벌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

정상에서 동쪽 감우재 마을로 내려가는 등산로와, 북쪽 소속리산으로 이어지는 한남금북정맥 등산로가 각각 보인다. 기자는 다시 발길을 돌려 왔던 길로 내려왔다.

음성군에서 제작한 <음성군 등산로>는 정상 북쪽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더 자세하게 안내한다. 책자에 의하면, 정상에서 10분 정도면 넓은 터를 만나고, 다시 2분 후 감우리와 승주골을 이어주는 옛길이 있다고 소개한다. 여기서 목계단을 따라 직진하면 소속리산 방향이고, 오른쪽으로 17분 정도 내려오면 보현산 날머리 37번 국도와 만난다고.

한편 두 번째 등산 코스로 ‘보현산신제당’을 지나 50여m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보현산 명상길’로 안내한다. 이 코스는 음성읍 동음리 월창마을까지 하산하는 코스.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짧은 거리란다.

▲보현산 약수터 모습.
▲보현산 약수터 모습.
▲초천-동음 임도 정상 모습. 뒤에 보현산신제당 표지석이 작게 보인다.
▲초천-동음 임도 정상 모습. 뒤에 보현산신제당 표지석이 작게 보인다.
▲낙엽이 쌓인 보현산 등산로 모습.
▲낙엽이 쌓인 보현산 등산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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