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서울 관악구에 있는 모 식당에는 10명 중 8명은 혼자 점심을 먹으러 온 인근 대학생이라고 한다. 이 식당은 혼밥족들을 위한 전문 식당이라고 한다. 메뉴도 일반 식당에선 2명 이상 가야 먹을 수 있었던 보쌈, 삼겹살, 족발 세트가 1인용으로 나온다. 여기선 대다수가 혼밥족이라 눈치 안 보고 편하게 먹을 수 있다고 했다. 1인 가구 비중이 커지면서 혼밥·혼영·혼놀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트렌드로 자리 잡자, 외식·식품·유통업계는 물론 가전·가구 업체까지 1인 고객을 직접 겨냥한 전용 상품과 서비스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국내 1인 가구 수는 지난해 579만 명을 기록했다. 작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통계청 인구주택조사를 바탕으로 한 보고서에서 1인가구가 최근 30년 사이 7.7배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그 속도가 너무 빠르게 급증한다는 게 문제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2010년대부터 생긴 신조어 중에 가장 비 인륜과 반사회적인 말로 3포세대라는 말이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그냥 넘어 갈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연애, 결혼, 출산의 거룩함을 포기하라고 부추기는 말이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다지만, 능력이 생존이 된 이 시대의 싱글들은 무기력에 괴로울 뿐이다. 종교인이나 예술인과 같이 공감할 만한 이유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독신으로 산다는 건 행복한 일은 아닐 것이다. 혼자 사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편안하고, 남의 간섭을 받지 않아 스트레스 받을 일 없어 좋다고 한다.

그러나 혼자 살면 그런 편안함이 있는 반면 고독하며, 몸이 아프면 슬프고, 무기력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부모, 자녀, 형제, 부부를 왜 가족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다른 인간관계와는 어디가 다른가? 직장의 상하관계나 친구관계나 군대의 상관 부하관계와 어디가 다를까? 우선 부모· 자녀 관계나 형제는 서로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라는 점이 특징이다. 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부관계란 결혼이란 관계로 자녀를 생산하게 되면, 피의 관계로 연결되게 된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사람이 사람인 한은 가족 속에서 비로소 사람다워지는 것이다. 이 지구상에 있는 많은 조직 중에서도 가족만큼 변화가 적은 것은 없다. 회사가 가장 빨리 변하고 군대, 학교, 교회 등등 그 조직이나 운영방식이 변하지만 가족이라는 조직만은 백년쯤 지나도 그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예가 많고, 원시사회는 몇 천 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 부모, 자녀, 형제, 부부는 '집'의 구성멤버로 가족(家族)이라고 하는데 이 族이라고 하는 것은 기원을 같이하는 동지라는 뜻이 있듯이,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가족이다. 같은 조상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핏줄기와 전통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가족개념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동성애자도 가족이라고 우기고, 양자를 데리고 와서 입양시켜 가족이라고도 하고, 또 심지어는 혼자 사는 독신자도 독신자 가족이라고도 하니 가족이라는 것이 점점 이상하게 바뀌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족을 좀 낭만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면 가족이란 인간이 그 속에서 생명을 얻고 생명을 마무리 짓는 집단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태어난 인간의 아기는 비로소 인간다워진다. 가족은 인간이 인간답게 될 수 있는 이 지구상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한 부족 아이들을 모아놓고 딸기가 가득 찬 바구니를 놓고 누구든 먼저 뛰어간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인류학자의 예상과 달리 아이들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바구니에 다다르자 모두 함께 둘러앉아 과일을 키득거리며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인류학자는 아이들에게 누구든 일등으로 간 사람에게 모든 과일을 주려했는데 왜 손을 잡고 같이 달렸느냐?' 라고 묻자 아이들이 ‘Ubuntu’라는 단어를 합창하였다. 그리고 한 아이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분 좋아요?"라며 되물었다는 것이다. Ubuntu’는 아프리카어로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기 쉽지 않은 존재다. 함께 더불어 살아갈 때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농부작가인 ‘전우익’은 그의 책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에서 ‘혼자만 잘 살믄 별 재미 없니더, 뭐든 여럿이 노나 갖고 모자란 곳을 두루 살피면서 채워주는 것, 그게 재미난 삶 아니껴’ 라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일깨워 준다.

한자의 사람 인(人)자를 보아도 사람은 서로 기대어 함께 살라는 의미를 형상화하였지 않은가.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세상, 우리는 숙명적으로 연인과 부부, 가족과 친척, 남녀노소 이웃과 모두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혼자 살아 편안하다고 폐쇄적 공간에 갇혀 있지 말고, 조금은 불편하고 신경을 써도 열린 공간에서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맛보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당신이 행복하면 당신 주위 평균 5명이 그 날 하루 함께 행복하다고 한다. 거기다가 사랑하는 이성과 결혼을 하여 알콩달콩 사는 것이 어찌 행복이 아니겠는가? 작은 불빛들이 모여 어둠을 걷어내고 주위를 밝히듯 각 개인의 삶이 가족과 함께하는 밝고 건강한 의식을 가질 때 우리 모두의 삶이 행복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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