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어느 농촌진흥청 연구소에서 4년에 걸쳐 음악이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한 자료를 본 적이 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자란 식물과 음악을 듣지 못한 식물을 비교해보면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자란 식물의 생육이 44%나 더 증가했다는 것이다. 해충의 발생율도 억제되어 수확이 증가되었다고 밝혔다. 또 비슷한 실험의 예로 밥에게 좋은 말을 계속 들려주면 발효하여 누룩이 되고, 안 좋은 말을 계속 들려주면 썩어서 곰팡이가 생긴다는 실험도 있다.

이러한 실험의 예들은 말의 중요성이나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하물며 인간은 어떠한가? 어린 시절 부모나 학교 선생님 혹은 주변 사람들이 생각없이 무심코 내뱉은 말은 누군가의 가슴에 박혀 그들의 인생에 깊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말을 듣고 자랐는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 어느 교도소의 재소자들에성장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너는 나중에 커서 도대체 뭐가 될래..쓸모없는 놈 ..” 비난과 무시의 말들이었다고 한다. 말은 살아서 움직인다. 동시에 말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살다보면 우리는 순간 순간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치기도 한다. 지치고 힘들어 삶의 의욕을 잃을 때도 있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때가 있었고 돌이켜보면 그때마다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가족이나 동료들의 따뜻한 미소와 격려의 말들이었다.

고개를 뒤로 한 고압적인 자세가 아닌 편안하게 약간 숙인 자세로 상대방의 기분을 살펴주면서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표정이나 몸짓만으로도 이미 상대는 큰 위안을 얻게 된다. 공감적 듣기의 태도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을 여는 첫 단계이며 때로는 많은 말보다도 더 큰 감동과 신뢰를 주기도 한다. 실제 의사소통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말의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말투나 억양, 몸짓,태도 등 비언적 표현들도 우리의 일상적 대화속에 큰 영향을 끼친다. 말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과적인 경청의 자세를 먼저 배우고 실천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잘 들어야만 상대방의 감정,요구, 관심사들을 이해할 수 있고 상대방의 진정한 의도를 이해해야만이 바람직한 문제 해결에 도달할 수 있다. 이는 가족간에도 친구간에도 마찬가지다.그 사람이 쓰는 말을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고 그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대화를 하다보면 늘 입버룻처럼 부정적 언어를 쓰는 사람이 있고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충고가 먼저 앞서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불편해진다.상대에 대한 비난과 비평 혹은 평가는 자칫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공격받는 느낌과 이해받지못한다는 기분을 갖게 할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 보다도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먼저 헤아려보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과의 대화에서 우리가 흔하게 범하는 착각은 내가 사용하는 말의 의미를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사람도 나와 똑같은 방식으로 이해할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중심적사고는 인간 관계에서 많은 오해와 갈등을 만들어낸다. 이런 오해와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나는 내말만 하면 된다는 태도 보다는 상대방의 반응을 확인해가면서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감 능력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습과 훈련에 의해 충분히 더 향상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나와 타인의 관계에 분명 긍정적 변화와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자신이 쓰는 말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사고가 바뀌고 행동이 바뀌고 미래가 바뀐다. 오늘은 나의 가족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보자. 직장에서 만나는 동료들에게 격려의 인사를 먼저 건네보자. 과연 우리는 말하기와 듣기를 잘 하고 있을까?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