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자 수필가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코로나 19는 빠른 전파를 타고 전 세계를 긴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빌 게이츠는 인류의 목숨을 앗아갈 가장 치명적인 사건은 전쟁이 아닌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가 있다.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중세 흑사병과 함께 가장 많은 인명을 앗아간 세기말의 대재앙으로 기록되었다. 전염병은 인류와 함께 진화되었으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기도 했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바이러스의 공포는 내 주변을 옥죄인다. 이렇듯 강한 전염성으로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야 하지만 남편의 건강이 전 같지 않아 위험을 무릅쓰고 대학병원을 찾았다. 병원 입구에 차려진 선별 진료소 앞에는 흰 방호복으로 무장한 대원들이 구급차에 실려 온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하고 있었다. 겁이 덜컥 났다. 투병 중인 남편의 면역력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공포를 몇 년 전에 겪어 본 나는 바짝 긴장했다.

5년 전 출산을 앞둔 딸아이는 복중의 아기가 횡격막 탈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아기는 태어나는 동시에 수술을 받아야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큰 병원으로 가라는 산부인과 소견서를 들고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한정된 예약과 메르스의 감염으로 병원 찾기가 힘들어 발만 동동 굴렸다. 다급함을 호소한 끝에 서울 H 병원을 찾아갔다. 확진자가 다녀간 일부 병동은 폐쇄되었고,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원은 한산했다. 아기를 지켜야 한다는 엄마의 강한 모성애를 딸을 통해 확인했다. 얼마 후 태어난 아기는 제 몸보다 몇 배나 큰 의료용 기구와 여러 가닥의 생명줄을 온몸에 휘감고 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견뎌냈다. 모정과 긴장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그 일이 어제 같은데 녀석은 벌써 여섯 살이 되었다.

얼마 전 TV에서 코로나 19 감염으로 격리 병동에서 힘겹게 투병 중인 환자가 더 이상의 치료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가쁜 숨을 몰아쉴 때였다. 의료진의 손에 들린 동영상에서“할아버지 사랑해요. 힘내세요.”라는 손자의 한마디에 힘을 얻는 모습을TV를 통해 보았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케 했다.

의료진들도 감염자들 속에서 사투 중이다. 통풍도 안 되는 방호복을 입고, 보호경의 짓눌림으로 12시간의 근무에 지쳐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의 감염도 속출했다. 의료 공백은 물론 급증하는 환자로 인해 대구에서는 병상과 의료진을 투입해 달라는 호소가 전해진다. 군의관을 비롯한 의료진 100명이 대구로 달려갔다. 자원봉사자와 사설 구급차도 뒤를 따랐다. 사랑의 손길로 준비한 구호물자도 필요한 곳을 향했다. 조용한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확진자 두 자리 숫자 아래로 떨어지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감염자가 늘고 있어 아직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한다.

투병 중인 남편이 마음 놓고 병원을 내원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이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다. 소중한 그 날을 위해, 자주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조리한 음식 섭취 등의 가장 기본적인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함께 견딜 때다. 온 국민이 지금처럼 힘을 합쳐 대응한다면 코로나 19의 종식도 멀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봄은 온다. 추위가 매서울수록 꿈을 키우는 의지는 강해지고 뿌리는 더 깊고 넓게 내릴 것이다. 대지에 냉기를 거둬드리느라 봄이 조금 더디게 올 뿐이다. 햇살 가득 퍼지는 날 마스크를 벗고 답답했던 마음을 어루만지며 서로의 등을 다독이는 그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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