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퇴직을 하고 농업에 종사하기로 결심한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돈을 번 다기 보다는 잡념을 없애고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내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농사일은 어렵고 힘이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역 여건상 같은 계열의 퇴직자가 없어서 어울리는 사람의 한계가 있기도 했다. 겨울철에는 놀기에 바쁘지만, 농사철이 되면 매일 일거리로 쉴 새가 별로 없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 후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없이 정년을 맞는다. 우선 쉬어보고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도 하고 등산도 하고 여행도 다니며 지금까지와 다르게 여유롭게 쉬어 보고자 한다. 처음에 몇 달은 어울리는 것이 시간도 잘 가고 지낼 만하다. 가끔 옛 직장 후배들도 만나고 친목모임도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 옛날 직장생활에 대한 즐거웠던 광경이 떠오르고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시간의 여유가 많으면 많을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이대로 하는 일 없이 놀기만 해도 되는 건가?’에 대한 불안감도 생긴다.

현직에 있을 때보다 줄어든 수입을 보충하거나 시간을 활용하기 위하여 자영업을 뛰어든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 실패하고 가족으로부터도 외면 받아 자신감을 잃고 우울증 등에 시달리며 힘든 노후를 보내기도 한다. 또, 퇴직 후 여유롭게 잘 지내던 사람들도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자신을 늙고 쓸데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공허한 마음을 채우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은 인생 백세시대라고 한다. 은퇴 후에도 과거 직장생활 했던 만큼의 시간이 남아있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바꿔진 환경에 적응하고 은퇴생활을 준비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족 간의 유대를 탄탄히 하는 것이다. 직장에 나가고 일을 하고 생활을 책임졌던 권위적인 집안의 기둥에서 역할이 전환됨으로써 가족 간에 솔선하는 ‘커뮤니터’가 되어야 한다.

또한, 철저한 노후자금관리도 중요하다. 돈이 없으면 그야말로 노후생활은 비참할 수밖에 없다. 섣부른 투자는 절대 금물이다. 저축은 필수이며 만약에 닥쳐올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와 다르게 점점 쇠퇴해가는 몸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한 건강관리도 중요하다. 금연은 기본이고, 술도 절제해야 한다. 삼십년 담배를 피던 사람들이 피던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정말 힘이 들 것이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고 보면 어려울 것도 없다.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술을 먹던 사람들이 끊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적절히 실수하지 않을 정도로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또 오랫동안 직장생활로 지친 몸에 들어온 고혈압이나 당뇨도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버텨야 하는 귀한 몸이기에 잘 관리하고 다스려야 한다.

어차피 퇴직, 은퇴는 지금까지 와의 인연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며 새로운 인연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겪는 외로움, 고독, 소외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울증 등에 시달리게 되고 성공적인 삶을 포기할 수도 있다. 퇴직은 새로운 출발이라는 인식 전환이 꼭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퇴직자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여 소속감과 역할 상실에 따른 심리적 안정을 기하고 만족스러운 은퇴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전담할 수 있는 기구를 설립하여 적극 지원하는 것이 60세 이상 천만 퇴직자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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