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꿈드림 센터장

 
 

시골 아파트 근교 산자락에는 자투리땅을 이용한 텃밭을 가꾸는 이들이 많다. 대부분이 노년층이 많은 편이나 청소년들이 부모를 따라 텃밭을 가꾸는 경우도 종종 본다. 스마트폰에 길들여진 청소년들이 텃밭 일을 하는 것은 힘에 겨울 수도 있다.

텃밭 일은 육체적인 노력과 정신적인 노력 모두를 필요로 한다.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의 원천이 어떠한 경로로 생산되고 활용되는지에 대해 이론적인 학습에 의해서 체득할 뿐 실제적인 체험을 하는 경우는 적다.

이러다 보니 농산물에 대한 소중함과 먹거리에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의미도 적은 편이다. 코로나로 인해 청소년들의 활동반경이 줄어들어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례도 많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는 추세다. 요즈음 청소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각종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문명의 바다에서 항해를 시작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은 물론 AI를 비롯한 각종 문명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중심에서 벗어나 AI를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체제로 변모시키고 있다. 시대적 흐름에 따른 적응의 순차적인 과제라고 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본성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교감일 것이다.

텃밭 가꾸기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텃밭에 참여하는 이들과의 협업을 배우고 모종을 심고 가꾸는 과정에서 자연의 소중함도 체득할 수 있다. 텃밭 가꾸기는 주말농장이나 집주변 공터, 베란다, 옥상, 화분 등을 이용해 직접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심어 가꾸면 된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감지할 수 있다.

텃밭 가꾸기는 단순히 소규모의 자투리땅이나 몇 평 안 되는 땅에 작물을 가꾸어본다는 차원을 넘어 생명의 근원인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자연이 주는 혜택에 감사함을 배울 기회가 되기도 한다. 씨앗을 심거나 모종을 하게 되면 잡풀도 다양한 형태로 하루가 멀다 하게 고개를 내민다. 잡초를 제거한다는 것이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고랑의 잡초를 제거하고 나면 다른 고랑의 잡초가 쑥쑥 자라고 있어 텃밭이라고 하지만 일손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대규모 밭이나 소규모의 밭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상추와 오이, 고추, 방울토마토 등 다양한 농작물을 수확해 밥상에 올려놓으면 풋풋하고 싱그러운 향기를 음미할 수 있다. 자신이 텃밭에서 재배한 농작물을 식탁에서 마주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먹거리의 차원을 넘어 생명의 양식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다.

최근 들어 기후 온난화 문제와 미세먼지 등 다양한 공해문제로 인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품 오염의 심각성도 크게 대두되고 있다.

농산물값이 비싸더라도 유기농으로 재배한 안전한 먹거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유기농으로 생산한 먹거리와 화학적 방법으로 생산한 먹거리를 비교해보면 많은 차이점이 있다. 유기농으로 생산된 근채류나 엽채류는 뿌리가 길고 굵으며, 숫자가 많다.

화학비료는 그 성분이 진해 영양분 흡수에 필요한 뿌리 숫자가 적어도 많은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퇴비는 성분이 낮아 많은 뿌리로 영양분을 흡수해야 한다. 화학비료로 생산된 것은 맛이 싱겁고 쓰지만, 유기농업으로 생산된 농산물은 더 달고 더 간이 맞고 감칠맛이 난다. 유기농 채소는 잎에서 광합성을 활발하게 하여 탄수화물을 많이 생산해서 다량 저장하기 때문이다.

풍성하고 긴 뿌리가 토양의 다량 원소, 미량원소를 충분히 흡수하여 저장하기 때문에 맛이 풍부하다. 향기도 다르다. 토마토의 향기를 맡아보고 오이나 딸기 등에서도 상큼하고 싱그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있어 텃밭체험은 단순한 농산물 먹거리의 생산으로서 의미뿐 아니라 생명의 양식을 어떻게 생산하고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를 체득할 수 있다.

AI가 실생활에 활용되면서 적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소중한 의미를 체득하기 위해서는 AI와 인간, 자연의 조화와 균형이 절실하다.

문명이 빚어낸 산물인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은 잘 활용하면 유익한 도구가 되지만 잘 못 활용하면 흉기가 될 수도 있다. 청소년들의 텃밭체험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인성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인터넷에 길들여진 심성을 회복해 갈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코로나를 맞아 집 베란다 등을 활용한 텃밭체험의 장이 확산하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