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준 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초등학교 2학년짜리 외손녀가 용돈을 타서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 준 일주일치 용돈 2천원은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사서 한 번에 다 먹어버렸다고 한다. 돈에 대한 개념이 형성되지 않은 탓이다. 요즘은 제법 용돈기입장을 기록하고 잘 정리해서 누적된 용돈이 1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 내외도 손녀를 만나면 별도로 이삼천 원을 슬며시 넣어 준다. 큰돈을 엄마가 별도로 관리하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이제 알았다. 작은 돈이지만 나름 관리하고 모으는 모습이 대견하고 착하다.

많은 사람들이 성년이 된 자식들의 핸드폰 대금을 대신 결재해주고, 카드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어느 연예인은 아들이 자신의 카드 대금보다 곱절을 더 쓴다고 걱정을 한다. 부모가 성년이 되어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자식들의 용돈을 책임지고 해결해주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취업이나 돈벌이가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젊은이들은 취업을 함에 있어서도 좀 편하고 앉아서 하는 좋은 일자리를 찾는다. 많이 가르쳐 배운 만큼 합당한 자리를 원한다. 그러나 세상의 일자리는 제한되어 있고 눈을 낮추지 않으면 돈벌이를 할 수도 없다.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삼십년 전만해도 자식이 성장하여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을 당연시했고 부모들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직장을 찾아 객지에 생활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핵가족 사회가 가속화 되면서 부모와 자식이 같이 사는 것은 점점 어려운 일이 되어갔다. 시골에서 살아온 부모세대는 도시생활에 적응도 안 되고 살던 대로 생활하기를 원한다. 또, 여성이 사회 활동을 하면서 가정에서 부모를 공경하고 지낼 시간적 여유도 없음은 물론이고, 양성평등이라 하여 집도 부부공동 명의로 하고, 시부모나 장인장모도 같이 모셔야 하는 사회로 변모했다. 또 형제자매가 없는 자녀들이 많아 부모에 대한 마음의 부담도 크고, 자립에 대한 정신적 상태도 많이 부족하다. 취업도 어렵고 경제도 어려워 자연스럽게 부모에 의존하지 않으면 생활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젊은이들 중에는 부모가 농사짓기 위하여 구입해둔 땅이 개발로 인하여 일확천금을 얻어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있다. 이 들은 대부분 사업자금이니 생활비니 해서 부모 형제와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더 못가저서 난리들이다. 그럴 때면 차라리 아무 재산도 모으지 않고 써버렸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요즘은 부모가 물려주지 않으면 집장만도 어려운 시대이다. 그 만큼 집장만도 인생의 큰 숙제이고, 생의 과제가 되기도 한다. 또 부모가 자식의 차를 사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었다. 부모들은 이래저래 자식에게 잘 물려주어야 하는 부담이 크고, 남과 비교하여 미안하게 느끼기도 한다.

젊은이들은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움이 있겠지만 정신자세만 가다듬으면 일할 수 있는 곳은 어디든 있고, 돈벌이도 언제든 가능하다. 나를 조금만 낮추어 생각하면 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 나온 이상 내가 살아가는 것은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져야 한다. 부모라도 언제까지나 자식의 장래를 책임지고 해결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성년이 된 사람이면 자신의 앞날에 대한 책임 있는 설계를 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용기와 힘을 가져야 한다. 다음 세대를 살아갈 자식들은 그 부모의 모습을 따라 부모의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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