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과 교수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논쟁적 정치인이다. 주류 언론과 공개적으로 갈등을 표출하는 등 기존 정치인들과는 사뭇 다른 정치행보를 보이면서 괴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많이 인용되는 미국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적이어서 국내에 소개되는 이미지는 온통 부정적 이미지로 점철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그 어떤 정치인들보다 열렬하고 확고해 보인다. 특히 동영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과 그의 정책들을 보면 오히려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인다. 저런 정치인을 둔 미국인들이 부러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우리를 돌아본다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 국가가 무엇인가를 새롭게 생각된다. 트럼프는 집권 이후 멕시코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설치하고 불법이민자에 엄격한 조치를 취하였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트럼프는 ‘이민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들어오려는 이들에게 우선권을 주려한다’고 밝히고 있다. 자국이기주의라고 비난하지만 국가는 ‘주권이라는 장벽 하에서 공동체 질서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체’라는 근본적 정신에 새삼 느끼게 한다. 소련과 동구권의 해체 이후 이념에 의한 체제위협이 사라지면서 세계화라는 이름하에 국가 간 경계를 낮추어왔다. 특히 유럽에서는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유입이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존 국민들이 가진 국가적 정체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기독교 전통이 강한 국가에서 어느 날부터 크리스마스캐럴이 금지되었다. 중혼자들이 등장하고 돼지고기를 먹는 것에 제약이 가해지기 시작하였다. 바로 이러한 일련의 왜곡된 흐름에 대해 전통적 국가관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트럼프의 정책들이다.

둘째, 공산주의의 현존하는 위협을 새롭게 부각하였다. 1990년대 말 소련의 해체와 동구권 몰락 그리고 중국의 자본주의체제로의 편입 등으로 이제 더 이상 체제전쟁의 위협은 사라진 줄 알았다. 유명한 학자는 ‘역사의 종말’이라는 표현으로 자유민주주의의 일방적 승리를 선언하기 하였다. 그러나 중국이 WTO가입 이후 자유무역체제에 편입하면서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제2의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한 이후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기존 세계질서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천 년 전의 기록을 들먹이며 타국의 무인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막강한 경제력을 통해 타국의 정치인을 매수하려는 움직임을 획책하였다. 또한 최첨단의 과학기술을 자국민을 억압·통제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바로 세계질서를 위협하는 중국공산당과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정치인이다.

셋째, PC(political correctness)라 불리는 정치적 위선을 표면화시켰다. 트럼프 등장 이후 우리에게 새롭게 등장한 PC라 불리는 정치적 위선은 포스트모더니즘을 사상적 기본으로 하여 이제까지 쌓아올린 인류의 역사적 성과를 부정하며 기존 질서체제를 해체하려 하고 있다. 이는 해체주의이며 극단적 퇴폐주의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 약자=사회적 소수자’라는 등식을 성립시키며 인권·복지라는 이름하에 이단적 행태를 옹호하는 것이 새로운 정의이며 질서인 양 포장하여왔다. 물론 기존 질서체제에서 개선되어야 할 것도 있지만 이에 편승하여 거짓과 위선을 합리화하려는 행태들이 이제까지 판쳐왔다. 예를 들어, 최근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사망을 빌미로 폭동이 촉발된 미네소타 주의 미니애폴리스 시는 미국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곳으로 오랫동안 이들이 시와 의회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다. PC세력들은 흑인인권을 내세우며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난하며 경찰해체를 주장하고,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재평가 작업과 함께 그들의 동상을 철거하려는 등 미국 판 ‘역사바로세우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 철거대상 동상 중에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도 포함되면서 많은 이들의 분노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와 같은 행위는 PC들의 전형적인 무책임하고 해체주의적 사고를 보여주는 것이다. 경찰해체는 저들이 주장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태롭게 할 것이며, 동상철거는 기존 역사적 성과에 대한 부정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특히 수 십 년 동안 주와 시의 권력을 장악하였으면서 흑인들의 폭동을 촉발시켰다는 것은 그들의 무능을 보여준다. 오히려 흑인인권과 관련해서는 남탓, 백인·부자 탓을 하며 스스로 해결을 모색할 기회를 박탈하였다. 이와 같은 PC현상이 소위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발생하면서 일반 대중들의 진리와 정의에 대한 개념을 혼란시키고 있다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트럼프는 그들의 정치적 위선에 정면으로 대결하여왔다

트럼프 등장이후 미국의 혼란은 우리가 겪고 있는 혼동의 거울이다. 탄핵사건 이후 그동안 언론, 정치권, 사법체제 등이 얼마나 진영논리에 빠져 엉망진창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고 있다. 조작에 가까운 뉴스들, 궤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판결들과 고무줄 법치주의 그리고 여성인권에 대한 이중적 태도 등을 보며 정치적 위선의 실체를 확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하나로 묶어줄 정치인이 우리에겐 없다는 것이 트럼프를 가진 미국인들이 부러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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