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종렬 (청룡초등학교 교장)

얼마 전 지금은 해임된 어는 젊은 장관이 교장자격 연수를 받는 교감선생님들 앞에서 초·중·고 12년간의 학창시절을 통하여 존경할 만한 선생님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말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어버이가 안 계셨다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없고 선생님들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오늘의 영광된 자신이 존재할 수 없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이 잘라서 출세한 것으로 생각하는 오늘의 일부 젊은이들의 세태가 서글프기 짝이 없다.

나는 학창시절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엄청난 가난에 시달린 탓에 실의와 방황으로 얼룩진 어린 시절을 보냈다. 더욱이 대학 진학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내 인생을 바꾸게 된 가장 진한 감동을 준 사건이 있었다. 대학원서 마감 하루전날 방과후였다. 담임선생님이 나를 부르셨다. 텅 빈 교실에 나를 혼자 앉히고는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없이 창가의 의자에 앉아 계셨다.

오랜 침묵이 흘렀다. 선생님이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자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선생님을 돌아다보았다.

선생님은 거짓말처럼 눈물을 줄줄이 흘리고 계셨다. 유난히 크고 깊은 눈에서 줄기줄기 눈물을 흘리시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머리를 쇠망치로 얻어맞은 것보다 더한 충격을 받았다. 선생님의 저 눈물은 무슨 의미일까. 분명 나에 대한 안타까운 연민으로 인해 울고 계신 것이다.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으시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너를 위해 아무 도움이 될 수 없는 것이 안타깝구나!』

가슴이 터질 듯 아파 오고 있었다. 나도 어느새 선생님처럼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선생님의 눈물은 흡사 그리스도의 계시 같은 그 무엇을 어린 가슴에 심어주셨다.

그날 시오리 길을 걸어 집으로 오면서 어떠한 고난의 가시밭길이라도 억새풀처럼 억세게, 바위처럼 굳세게 살아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헐벗음보다는 풍요로움을, 미움보다는 사랑을 실천하여 영원한 존경 속에서 선생님으로 생애를 마무리 짓자고 결심했으며 다행히 신의 보살핌이 있어 교단에 설 수 있었다.

어언 살아온 날들보다 가야할 길이 더 급한 오십대 중턱에 교단생활 34년 6개월, 이제사 삶의 뒤안길을 되돌아보노라니 오로지 자책과 참회뿐이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모두보다는 몇몇을, 함께보다는 경쟁을, 사랑보다는 질책을 일삼고 사랑의 응달에서 떨고 있는 많은 아이들을 잊은 채 한낱 생활수단에 급급했으니 말이다.

지금껏 무수히 많은 후회지만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제부터라도 남은 8년의 교단생활을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진정 울고 웃으며 보람되고 후회 없는 교육자의 길을 걸으리라 다짐해 본다. 선생님의 눈물은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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