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사람의 관계란 멀리 하면 서운한 감정을 가진 채 소원해지고 너무 가까이 하다 보면 하루아침에 실망하여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이 오해든, 배신이든, 관계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실망은 더 큰 법이다.

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대하라는 어느 스님의 말씀이 새삼 생각난다. 참새나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면 나무나 줄에 앉을 때 서로 어느 정도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앉아 있다. 나중에 새가 날 때 서로 날개가 부딪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람들에게도 최적의 대인거리라는 것이 있다. 너무 가까이 해도 안 되고 너무 멀리해도 안 되는 거리. 그것을 가리켜 서로의 존엄성을 위한 ‘배타적인 공간’이라고 한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을 보고 두 사람 사이에 묶여 있는 고무줄에 비유하기도 한다. 두 사람 사이의 고무줄은 어느 정도 팽팽함을 유지하고 있을 때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최적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만약 어느 한 쪽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고무줄은 느슨해지고 관계에 빨간불이 켜진다. 그때는 다른 쪽이 약간 더 멀어지면서 팽팽함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반대로 한 쪽이 너무 멀리 간다면 고무줄은 끊어질 정도로 팽팽해진다. 이 또한 관계의 적신호가 들어오게 되고 다른 쪽은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관계를 정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우화 가운데 ‘고슴도치 딜레마’라는 것이 있다. 고슴도치들은 날이 추워지면 추위를 막기 위해 서로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가시에 찔려 화들짝 놀래며 서로 멀리 떨어진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곧 추위를 느끼고 서로 가까이 다가가지만 이내 서로의 가시에 찔려 아픔을 피하려 다시금 떨어지고 만다.
그들은 추위와 아픔 사이를 왕복하다가 마침내 서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결국 두 마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절묘한 거리를 찾아내 가장 평안하면서도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행복해진다는 이야기이다.

고슴도치들은 결국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서로간의 ‘적절한 거리’를 찾았고 그것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얼마나 중요한 가를 알려주고 있다.

좋은 인간관계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즉 "너무 가까이도 하지 말고 너무 멀리도 하지 말라"는 원칙을 행할 때 비로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라는 말을 절대 권력에 대한 표현의 하나로 흔히 사용한다. 절대 권력에 너무 가까이 가면 그 권력의 열에 의하여 화상을 입게 되므로 너무 가까이 가지 말고, 절대 권력에서 멀리 떨어지면 그 열을 받지 못하여 추위에 떨고 아주 외면하면 얼어 죽을 수도 있으니 너무 멀리 떨어지지 말라는 말이다.
티베트의 존경 받는 수도승 ‘아나가리카 고빈다’는 "산의 위대함은 거리를 두어야 보인다. 산의 모습은 직접 돌아보아야 알 수 있다"고 말하였다.

산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아야 아름다운 것이다. 산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 가서 직접 보면 실망을 주거나 마음을 아프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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