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던 2020년도 며칠 남지 않은 연말이다. 예년 같으면 점심마다 저녁마다 각종모임의 송년회가 한창이었다. 전에는 온갖 안 좋았던 일을 잊자는 뜻의 ‘망년회’(忘年會)라는 말이 사용되었었지만, 그 망(忘)자가 망한다는 뜻의 망자로 부정적인 뉘앙스가 풍겨 요즈음은 ‘송년회’(送年會)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한해를 지인들과 함께 보내며 새해를 잘 맞이하자라는 뜻이다.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혹은 한 해 동안 공동체로 여러 일을 도모했던 인연들끼리 서로 마주보며 한해의 흔적을 추억하거나 일의 성과를 회고하고 전망하는 것이 송년회의 의미와 취지가 아닐까. 과거에 쌓아놓은 얽힘을 푼다는 것은 화해와 소통으로 밝은 내일을 기약하는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송년회는 매우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한 해 동안 좋지 않았던 일들을 초월 혹은 극복하기 위해 사과하고, 이해하고 소통하는 일은 어떤 자리에서 보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앞으로 수많은 날들을 혼자가 아닌 이웃, 친구, 동료 나아가 모든 사람들과 함께 내년에도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확산사태로 각종 연말모임을 할 수 없으니 누구나 송년회는 물 건너갔다. 또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행사도 67년 만에 처음 취소되었고, 전국 해맞이 행사도 다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으레 잘 쓰는 말이 다사다난이었다. 해마다 좋은 일도 많았었고 어려움도 많았었다. 그러나 유독 올해에는 코로나확산, N번방 미성년자성착취사건, 태풍 마이삭 전국강타, 기습폭우, 서울 부산시장 성추행사건, 정의연 위안부기부금유용, 집값,전셋값폭등, 여야정치인들의 난장판싸움등 짜증스럽고 안타깝고 기막힌 사건들이 유난히 많았다. 올해는 송년(送年)이라는 말 보다는 차라리 망년(忘年)이 적절할 것 같다.

이제는 차분히 한해를 돌아보고 2021년 신축년 흰 소띠 해를 긍정적인 마인드로 맞이하자. 흰 소는 예로부터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부지런하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조용하고 강인하다. 흰색은 새로움과 상서로움의 상징이다. 특히 소띠 해는 여유와 평화의 한 해라 한다.

간지(干支)를 구성하는 열두 동물 중에 소만큼 친근하고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동물이 있을까. 소는 그 성질이 유순하고 참을성이 많아서 씨앗이 봄을 기다리는 모양과 닮았다고 한다. 소는 참고 복종하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니 찬 기운이 스스로 굴복하기 시작한 것을 상징한다. 새해만큼은 사랑과 평화, 번영이 넘치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자. 내가 누리고 있는 작은 편안함도 감사하며 연말을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차분히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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