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 칼럼니스트스트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모형제와 생활하고, 스승과 제자 간에 사제(師弟)의 정(情)을 나누고 친구들과는 우정을 맺으며 크고 작은 많은 조직 속에 소속되어 생활하게 된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없는 살림에 모든 것을 바쳐 자식 교육을 뒷받침하고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을 베풀며,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담임은 밤도 낮도 휴일도 없이 제자들의 대학 입시지도를 위해서 젊음을 바치며, 친구 간에는 우정을 키워가며 마음을 주고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결혼해서 분가한 자식이 일자무소식이요, 졸업한 제자가 연락 한 번 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더러 발견하게 되며, 마음을 쏟아 우정을 나눈 친구가 몰라준다고 분해하는 청소년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오래전에 외국에 나가 근무하고 있는 친구의 아들의 결혼에 주례를 선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부탁을 하길 “생활에 바쁘더라도 아들과 며느리가 부모에게 자주 전화로 안부 드리라”는 말을 꼭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20년째 여러 노인대학에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강의라는 형태로 말씀을 올리고 있다. 나이가 들면 건강이 나빠지고(病苦), 경제적인 어려움이 찾아들고(貧苦), 찾아주는 이가 없으니 외롭고(孤獨苦), 할일이 없는(無爲苦), 노년의 사고(四苦)가 찾아드는데 송(宋)의 주신중(朱新仲)은 인생오계론(人生五計論)중에 노년에 해당되는 노계(老計)와 사계(死計)를 들고 있다.

채근담(菜根譚)에는 아유공어인 불가념(我有功於人 不可念) 인유사어아 불가망(人有思於我 不可忘)이라고 “내가 남에게 베푼 것은 새겨 두지 말고, 남이 내게 베푼 것은 잊지 말라”고 했다.

자식에게 사랑을 쏟고, 제자의 발전을 위해서 아낌없는 사랑을 주며, 친구에게 우정을 베풀었으면 주는 사랑에서 기쁨을 느끼고 보람을 찾으면 그 곳에 부듯함과 보람이 있지 않을까? 우리는 내가 자식이나 제자와 친구에게 베푼 것에 대한 반대급부를 생각하게 되니 서운하거나 괘씸하고 때로는 친구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청주여고 재직시절, 자기는 친구를 위해서 아낌없는 우정을 베풀었는데, 친구는 자기를 도외시하고 다른 여학생에게 마음을 보내고 있다고 분해하고 고민하던 제자가 생각난다.

내가 자식이나 제자와 친구에게 베푼 것은 잊고 남에게서 은혜를 입은 것만 생각하면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리라

괴산노인대학에서는 대부분의 노인들이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도와드리는 봉사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노인대학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이는 외롭고, 할 일없는 고독고(孤獨苦)와 무위고(無爲苦)에서 벗어나고 노년에 봉사하는 가운데 삶의 활력을 찾아드리고 자식들에게도 모범을 보이시는 삶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오래전에 무더위가 계속되는데 땀을 흘리시며 독거노인들을 돌봐드리시는 괴산의 어르신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베푸는 사랑 속에서 기쁨과 보람을 찾노라면, 우리의 무미건조한 생활이 윤기가 흐르게 하는 윤활유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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