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석(음성군장애인연합회 회장, 본보편집위원)

냉전시대에는 남북한이 싸우는 전쟁영화가 많았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포로로 잡혀온 북한군 장교와 아군 장교가 잠시 총을 놓고 인간적으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우리가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하여 동족에 총구를 겨누며 서로를 죽이고 있는 것인가...”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이데올로기와 휴머니즘 사이에서 고민하던 두 군인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남북의 정치인과 경제인, 예술인, 체육인들간에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지만 통일이 되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내야 할지...

꿈에서나 그리던 이산가족들이 잠시나마 만나서 얼싸안고, 한반도가 그려진 기를 흔들며 손을 맞잡고 남북의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면서도 김정일 위원장 사진이 그려진 현수막이 길가에 걸려져 비를 맞고 있다고 북한의 여성들이 눈물을 흘리며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그러나,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민족이지만 가슴 밑바닥 깊은 곳에는 끈끈한 동족애가 두텁게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결코 의심하지 않고 싶다.

일부 강대국들이 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약소국들을 집어삼키려 하지만 평화를 사랑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대다수 인류의 꿈을 꺽지는 못할 것이다.

작년 싱가폴 여행 도중에 월드컵 8강전에 출전한 우리팀을 응원하기 위하여 일정을 취소하고 일행들과 밤새도록 준비하여 대형스크린이 있는 호텔 로비를 빌려 응원을 하다보니 어느새 300여명의 관광객들이 모여들었고 누군가가 태극기를 꺼내 휘두르며 목이 터져라 응원하자 외국인들도 같이 합세하는 것을 보며 ‘지구’라는 작은 별에 모여 사는 우리들은 모두가 이웃이요 친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럴진데 어찌 한반도의 남북과 동서가 하나가 될 수 없겠는가.
요사이 음성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지역감정을 걱정하고 균형발전을 외치고 있지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 다른 마을 보다 우리 나라 우리 마을이 더 잘살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서 선의의 경쟁으로 보는 긍정적 시각이 필요하다.

음성이라는 조그마한 지역에 지역감정이 있다는 것은 일부 정치인들이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상적인 애향심을 과장하여 지역감정이라는 피상적인 언어로 변질시킨 감이 없지 않으며, 사소한 얘기도 자꾸 문제시하면 과장되고 기정사실화 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각종 지방자치 선거에 정당들이 개입되면서 파생된 찌꺼기들이기도 하다.
지역발전이라는 가치관도 너무 경제적인 면에 치우치기보다는 정치나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도 비중을 두어 특색 있고 차별화 된 지역으로 가꾸어 나가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들의 축제인 설성문화제에서 서로 뒤엉켜 아름답고 정겨운 모습을 보여주는 성숙된 군민의식을 보면서 음성군의 밝은 미래를 떠올릴 수 있었다.
스쳐가는 바람에 파도는 일어도 깊은 곳 바닷물은 조용히 목적지를 향하여 흐르고 있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