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학년도 제35회 졸업으로 폐교 예정, 재학생·졸업생·전·현직교사 함께 쓰다

주덕고 교육 공동체가 펴낸 마지막 도서 앞 표지 모습.
주덕고 교육 공동체가 펴낸 마지막 도서 앞 표지 모습.

2022학년도 제35회 졸업을 끝으로 폐교가 될 학교에서 재학생, 졸업생, 전·현직 교사 등이 다 함께 펴낸 도서가 있어 화제다.

화제의 학교는 충주 주덕고등학교(교장 이평호)로, 폐교를 안타까워하며 뜻깊은 마무리를 고민하던 차에 교사와 학생, 현직 교사, 전직 교사, 졸업생,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교육 공동체가 모두 힘을 합해 자신의 꿈과 추억을 담은 책을 펴내기에 이르렀다.

위탁생을 제외한 전교생 스무 명 남짓의 학생 중 도서 편집 자율동아리 ‘부크크’에 가입한 4명의 학생과 이경희 교사(교무부장)는 제목 공모전부터 시작하여 학생과 교사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냈다.

23편의 경쟁작을 뚫고 당선된 도서 제목 ‘들어오니 주덕, 알고보니 주덕, 그럼에도 주덕’은 제목이 함축하는 대로 입학할 당시의 절망감과 학교 생활에서 느끼는 새로움과 꿈, 폐교를 앞둔 아쉬움과 그리움을 잘 담아내었다.

편찬된 도서에는 얼마 전 아버지를 여읜 학생의 깊은 상실감을 표현한 짧은 시화 ‘ 방문을 열면 그의 빈자리가 느껴진다’부터 학교생활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 온갖 말썽꾸러기들을 변함없는 애정과 격려로 감싸 주던 교사들의 솔직한 감동 일기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특히 졸업생들의 글 6편은 자신을 변화시켜준 주덕고 교사들에 대한 감사함을 담고 있는데, 50이 훌쩍 넘은 제1회 졸업생들의 글에서는 30여 년 전의 풋풋한 추억과 함께 후배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전직 교사들이 보내온 원고에는 운동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선생님에게 대들던 아이들에 대한 연민, 변화를 지켜보는 뿌듯함이 담겨 있다.

재학생들의 글은 꾸밈없이 일상의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이진 학생(3학년)의 글*은 주덕고에서의 교육과정이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진 학생의 글 일부 : 사실 나는 우리고등학교가 정말 싫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맘에 들지 않았다기보다 긍정적이고 예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 학교에서 깨닫고 얻어 가는 점들이 많다. 도망치지 않는 법을 배웠고, 세상에 당연한 것들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또 사소한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된 점이다. 그 밖에도 모든 상황에서 소소한 재미와 행복을 찾는 법과 조금은 물러서는 법도 배웠다. 사실 나는 이곳에서 기본을 배웠다. 솔직히 말한다면 그 전에 나는 아직 기본을 덜 배우지 못한,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고백 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지혜롭고 멋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세상을 예쁘게 바라보는 방법을 알게 해준 주덕고등학교가 나는 고맙다. 내 기억과 추억 속에서 앞으로 나의 상황에 맞춰 여러 번 변화하겠지만 분명히 긍정적인 느낌으로 추억하리라 생각한다.

지난 9월부터 기획하기 시작한 도서 편집 작업은 동아리 회원들이 교내외 곳곳의 풍경을 사진 찍고 원고를 모아가며 점차 뼈대를 갖추기 시작했고, 글의 내용이 지나치게 솔직하여 남들이 흉보지 않을까 걱정하던 학생의 말에 ‘우리의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쓰자.’는 다수 의견에 따라 거의 수정을 거치지 않고 소박하지만 진솔한 책을 펴내기에 이르렀다.

이 도서는 총 200부 인쇄되어 도내 중등학교와 교육청까지 배부될 예정이다.

이번 도서 편찬에 참여한 제1회 졸업생 권현순 씨(충주 거주)는 “학교 다닐 때 내가 받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나도 무언가 후배들을 위해 해주고 싶었다. 형편이 되면 장학금이라도 주고 싶었는데 이제 그럴 기회가 없어졌다. 그래도 이 한 권의 책이 있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내 청춘을 고스란히 들여다보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주덕고는 도서 편찬을 기념하며 지난 12월 17일(목) 학생들 27명과 교직원 12명이 모여 도서 출간을 기념하는 특별한 도서 축제를 열어 교육 공동체의 꿈과 유대감을 나누는 훈훈한 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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