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고대 소아시아의 ‘프리기아’라는 나라에는 장차 왕이 될 사람이 우마차를 타고 온다는 ‘데르메소스’의 신의 계시가 전해오고 있었다. 농부였던 ‘고르디우스’와 장차 황금의 손으로 유명하게 될 그의 아들 ‘미다스’가 마차를 타고 나타나자 사람들은 기뻐하며 그를 왕으로 추대한다. 얼떨결에 왕이 된 ‘고르디우스’는 신에게 감사를 드리기 위해 타고 온 우마차를 ‘제우스’신전에 바쳤는데 ‘제우스’는 마차를 신전기둥에 복잡한 매듭으로 묶고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지배하게 된다는 또 다른 계시를 내린다.

이 후 이 매듭은 아시아의 정복군주가 되고자 하는 많은 왕들이 풀어 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그러다가 아시아 원정길에 이 지방을 지나가던 ‘알렉산더’대왕이 이 소문을 듣고 매듭을 풀겠다고 나섰다가 여의치 않자 칼로 매듭을 단숨에 싹둑 잘라버리고 만다. 매듭을 풀었으니 아시아의 왕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던 그는 원정을 계속하여 당시 대제국이었던 페르시아와 인도까지 정복을 하면서 예언대로 아시아를 재패한 왕이 되었다.

매듭은 순서대로 풀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발상이 그로 하여금 세계제국을 건설하게 했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고르디우스의 매듭 뒷이야기는 알렉산더 대왕이 대제국을 건설했지만 사후에는 잘려나간 매듭처럼 갈기갈기 찢겨졌다. 33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이 이야기는 매듭을 일거에 끊어버린 것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제대로 문제를 풀려면 매듭이 상하지 않도록 하나씩 푸는 게 정도인 것이다. 과정의 생략은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현재 우리나라의 얽히고설킨 심각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국민들 간의 소통과 화합의 문제이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기업주와 노동자, 남녀노소간의 갈등 등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라 안이 물과 기름 같은 형국이다. 이런 대한민국 내부문제 매듭을 함께 풀어야 한다. 이 매듭을 풀지 않으면 다른 문제들의 진전이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갈수록 산적한 문제는 점점 산더미처럼 쌓여 해결하는데 어려움과 엄청난 노력과 예산이 수반 될 것이다.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비슷한 말로 동양에선 쾌도난마(快刀亂麻)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헝클어진 삼(麻)을 단칼에 자르듯, 복잡하게 얽힌 사물이나 꼬인 문제들을 단숨에 처리함을 비유한 말이다. 인간관계나 일의 정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는 칼로 베듯이 끊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관련된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더 나아가 원망을 하게 한다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해법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우리 조국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국민 모두가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우선 나부터 내 가족과 이웃, 친구 더 나아가 우리 고장부터 내부의 얽힌 매듭을 하나씩 풀어야 한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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