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종 렬 전 음성교육장

 
 

인생을 살면서 가장 유념해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분수를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늘 하는 말이 ‘네 자신을 알라’ 라는 말인데 자신을 안다는 것은 곧 자신의 분수를 아는 것이다.

사람이 존경을 받으려면 먼저 제 분수를 알아야 한다. 이스라엘이 부강한 것은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서로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아우성치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분쟁과 다툼이 그치지 않는다. 명예를 탐내는 사람은 평생 그것을 잡지 못한다. 명예를 피해가면 오히려 그것이 따라오는 법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이름과 명예를 소중히 여기며 사는 것이 세상을 잘 사는 것" 이라 했다.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명예가 아닌가 생각한다. 명예야 말로 그 사람의 인격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부와 명예를 원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희생을 요구한다. 프랑스 귀족들은 전쟁이 나면 전장에 나가 싸우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여겼다. 로마는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1/15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전투에서 많은 귀족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지도층 자제들이 입학한다는 이튼 칼리지 졸업생 가운데 2천여명이 1,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목숨을 잃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차남 앤드류 왕자는 포클랜드 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그들은 왜 죽음을 택했는가. 명예를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자신만을 위해 부와 명예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무의미하다. 철강왕 카네기, 석유재벌 록펠러,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왜 존경을 받는 것일까? 그들은 자신이 거둔 이익을 사회에 기꺼이 환원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성공하기를 원한다. 또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돈을 원하고 명예를 원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욕심을 채우려 한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는 말이 있다. 자신이 죽어서 이 땅에 없을 지라도 자신의 이름만은 이 땅에 남아서 사람들이 기억해 주기를 바라고 더 나아가서는 칭송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명예로운 삶을 살았음을 말하는 것이지 결코 오명이나 악명을 남기겠다는 염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죽은 뒤 명예로운 이름을 남긴 사람보다 오명이나 악명을 남긴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살았으나 죽은 사람이 있고 죽었으나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 칭기즈칸은 죽었으나 그의 기개는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도전을 주고 있다. 괴테는 죽었으나 파우스트의 감동은 지금까지 사람들의 진리를 일깨운다. 베토벤은 죽었으나 그의 음악은 지금까지 사람들의 영혼을 어루만지고 있다. 프로이드는 죽었으나 무의식에 대한 통찰은 지금까지 인간 심리의 신비를 안겨준다. 테레사 수녀는 죽었으나 그의 언행은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주고 있다.

조선 말기에 총리대신이었던 이완용의 자리 값은 총리대신으로 아주 비싼 값이었으나 사람값은 아주 헐값으로 매겨지고, 동 시대 유관순의 자리 값은 이화학당 고등과 1학년 값이었으나 사람값은 아주 비싼 값으로 매겨지고 있다. 그래서 이완용의 사당은 없으나 유관순의 사당은 천안에 있다.

명예는 인생의 공든 탑이다. 명예는 절실한 정성과 지혜의 노력으로 힘들게 쌓아 올리는 인생의 중요한 가치다. 오직 오랜 노력의 산물이다. 명예를 쌓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그것을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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